점집 앞
아마 官妓로 산다는 것,
그 遊樂의 나날이
늘 즐겁지만은 않았을 거야.
왜 안 그랬겠어. 답답한 날도 있겠지.
한 날은 점집을 찾았는데,
점집 대문 앞 살구나무가
분홍꽃구름을 이고 서 있네.
점집으로 발 들여놓지 못한 채
분홍꽃구름 아래 얼음기둥으로 서 있는데,
취한 듯
취한 듯
취한 듯
내 속의 관기가 미쳐 홀연히 미쳐서는
금생에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몸짓으로
춤을 추는 것이네./장석주
팔자라고도 하고 운명이라고도 하는,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일이나 끝끝내 믿고만 싶은 일들이 우리 생(生) 가운데는 부지기수다. 누가 날보고 시를 쓰라고 강요했으리요. 지금 곁의 이 사람과 살게 될 줄 누가 알았겠으며, 미래의 모든 행불행(幸不幸)의 출처를 어찌 알리요.
우습지만 나도 '그 집'을 찾은 적이 있다. 운명을 점친다는데 어찌 궁금하지 않겠는가. 결론은 싱거웠다. '그게 네 인생이야….' 이 기생 아가씨 민망함에 점집 앞에서 망설이다가 만발한 살구나무에 문득 깨우치는 바 있었으니 점집에 들어서지 않아도 되겠다.
지금 나를 사랑하는 것, 지금 나의 불행까지를 껴안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선(善)이고 그것이 운명이라고 세상의 시인은 노래하고 무당도 그렇게 얘기해 줄 것이다. 시 속 관기(官妓)의 저 '타고난' 새 춤사위를 보라! 춤꾼의 아픔은 춤으로 극복되는 것이다.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조선일보/그림:유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