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 밭이다

시 두레 2012. 9. 1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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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 밭이다



다글다글 
깨알들 부딪는 소리 들린다. 

딱딱한 껍질 
단칸 하꼬방 

아직 풋내 나는 푸른 씨앗들이 
살을 말리고 있다.

온종일 뙤약볕 
골목길을 쏘다니던 어린것들 

머리꼭지 
실하게 여물었겠다.  

불볕 뜨거울수록 
고소하게 익어가는 
참깨들 

연탄 화덕에는 
먹다 남은 술안주 
갈치찌게가 졸아들고 있다 

누가 맨 처음 
저 씨앗을 
훔쳐 먹기 시작했을까 

이웃 공장의 
매캐한 화공약품 냄새 
반 평 깨밭의 간당거리는 
대궁이를 옥죄어 온다.

쭉정이는 바싹 뼈대만 남아 
이제 무너질 힘조차 없다. 

알루미늄 양재기에 
담배꽁초가 소복하다. 

태우고 또 태워 
필터만 남은 실직의 시간 
시퍼런 멍 자국의 깨 벌레 한 마리 
보이지 않는 잎 뒤에 
숨죽여 엎드려 있다.
 
좁은 골목길 
갑자기 환하게 수다스러워진다.

굵은 다리통 
파출부 아내가 
돌아오나 보다.

/장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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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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