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속으로, 너의 속으로
세상의 절반은 삶
나머지는 노래
세상의 절반은 죽은 은빛 갈대
나머지는 웃자라는 은빛 갈대
세상의 절반은 노래
나머지는 안 들리는 노래 /진은영
"세상의 절반은 노래/ 나머지는 안 들리는 노래…." 이렇게 웅얼대며 걷는다. "세상의 절반은 노래/ 나머지는 안 들리는 노래…." 어느덧 눈물이 나려고 한다. 이 시가 아름다운 것은 우리 몸뚱이가 뼈와 살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래로 되어 있다고 노래하기 때문이다(시는 이리하여 문득, 혁명이다!). 내가 그토록 사랑한 것이 모래라니! 사랑이 모래라니. 이 시가 아름다운 것은 우리가 '웃자라는 갈대'라고 고자질해주기 때문이다. 문득 등과 겨드랑이에서 갈대 서걱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모래는 무너지고 쉽사리 붉은 물도 스미며 얼룩도 번진다. 삶이 그렇듯. 사랑이 그렇듯. 마른 갈대들 틈에서 우리는 나고 자랐고 조금 웃자랐을 뿐이다. 은빛 갈대처럼 흔들리다 죽을 것이며 어머니도 할머니도 은빛 갈대처럼 흔들리다 죽어 또 흔들리고 있다. 사랑과 슬픔이 반분(半分)한 세상, 들리던 노래가 어느 날 문득 안 들릴 때, 안 들리던 노래가 들리리.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