別 妹 (별매) 누이를 보내고
海南朝送妹 (해남조송매)
아침에 해남으로 누이를 보냈는데
終日苦寒之 (종일고한지)
하루 종일 몹시도 날이 차구나.
骨肉生初別 (골육생초별)
오누이로 태어나 처음 헤어져
江山去益遲 (강산거익지)
강산은 갈수록 멀어만 가네.
陰陰風勢大 (음음풍세대)
스산한 바람은 거세게 불고
漠漠夜心悲 (막막야심비)
밤들어 슬픔은 아련히 밀려오네.
知爾宿何店 (지이숙하점)
지금쯤 어느 주막에 들어가
思家也涕垂 (사가야체수)
집 생각에 눈물을 쏟고 있을까?
/신광수(申光洙·1712~1775)
조선 영조 시대의 저명한 시인인 신광수가 누이를 시집으로 보내고 지은 시다. 충남 서천군에 살던 그의 누이동생은 멀리 해남으로 시집을 갔다. 그 누이는 다른 이가 아니라 여류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부용당(芙蓉堂)이다. 누이가 시집가는 것이 본래 슬퍼해야 할 일은 아니나 남매로 태어나 함께 지내다 이제부턴 거의 얼굴도 보지 못할 곳으로 떠나 살아야 한다. 보내는 오빠의 마음이 착잡할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 날씨까지 추워진 것은 꼭 누이를 보낸 시인의 쓸쓸한 마음 같다. 시인의 넋은 길 떠난 누이의 뒤를 따라가 어느 주막집 호롱불 밑에서 울고 있는 누이와 함께 울고 있는가 싶다.
/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