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望(춘망)봄 들녘에서
柳葉楡葉榕葉靑 梅花杏花梨花明
(유엽유엽용엽청) (매화행화이화명)
버들잎 느릅나무 잎 용나무 잎은 파래졌고 매화꽃 살구꽃 배꽃은 활짝 피었네.
黃鳥玄鳥白鳥飛 黃魚紅魚斑魚生
(황조현조백조비) (황어홍어반어생)
꾀꼬리 제비 백조는 날고 황어 홍어 반어(斑魚)는 돋치네.
大豆小豆初出土 小麥大麥浪已成
(대두소두초출토) (소맥대맥낭이성)
콩이랑 팥은 새싹 돋아나고 밀이랑 보리는 제법 물결을 이뤘네.
就中水烏何許物 右爲鷹爪左鴨足
(취중수오하허물) (우위응조좌압족)
그중에 물까마귀는 뭣 하는 놈인지 오른쪽은 매발톱에 왼쪽은 오리발 하고서
明月溪中抓玉尺 十里橫飛割春色
(명월계중조옥척) (십리횡비할춘색)
밝은 달빛 아래 큰 물고기 낚아채 봄빛을 가르며 십리 너른 하늘을 질러 나네
―이병연(1671~1751)
조선 영조 대의 이름난 시인이었던 이병연(李秉淵)의 작품이다. 도회지 골목에서는 봄소식을 제대로 접할 수 없다. 근교의 들판으로 나가 사방을 휘둘러보니 온 세상에 성큼 봄이 찾아왔다. 닥치는 대로 욕심껏 눈에 담아본다. 나무와 꽃과 새와 물고기, 눈에 들어오는 풍경 가운데 봄기운에 들썩이지 않는 것이 없다. 즐거워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시인은 마구 사물들을 시(詩)에 세 개씩 두 개씩 주워 담는다. 조금 심드렁해질 때쯤 시인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나타난다. 물고기를 입에 물고 의기양양 허공을 가르는 물까마귀란 놈이다. 지금 들판으로 나가보면 물까마귀 같은 놈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안대회·성균관대 교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