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라이카*와 백로 한 쌍
소주는 무중력의 추억을 갖고 있다.
처음 술을 마신 이는 별과 별 사이를 살다 갔다.
오늘밤 라이카는 어디쯤 떠 있을까
원하지 않아도 살아 내야 하는
낡은 신발은 행성의 빛을 받고 있다.
나의 체중은 중력으로부터 멀어진다.
버렸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건 인간만이 갖고 있는 기술
지금 나의 무중력은 중력 위에서 흔들린다.
상가의 불빛이 내 몸에 박힌다.
출발지도 없는 물이 흐르는 시간
도랑이거나 하수도라 불렸지만
용천이 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발성법이다.
체온과 피의 무게가 사라진 말은 주인이 없다.
우리를 살다 가는 단어들은 화성처럼 비어 있다.
다 건너기도 전에 곧 가라앉을 단란한 한 쌍의 종이배는
출생지도 없는 물고기 몇 마리 흐르는 수면에 갇혀 있다.
두 눈 속의 창은 검다.
새의 날개가 감옥일 수 있다는 것
닭은 그래서 날개를 버렸다.
닭의 날개를 가둘 수 있는 것은 중력이 아니라 하늘일 뿐
종이배를 향해 돌맹이를 던진다.
중력에 영원히 갇힌 한 쌍
돌아올 수 없다는 것과
도착할 수 없다는 사실 속에 라이카는 갇혔다.
아직도 중력 밖을 헤매고 있을 라이카
오늘 밤 별과 별의 거리는 칠흑이다.
/김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