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우리말 語源 - '스승''의 어원

양묘회신(良苗懷新)


도연명의 '계묘년 초봄 옛 집을 그리며(癸卯歲始春懷古田舍:계묘세시춘회고전사)'란 시는 이렇다.

"스승께서 가르침 남기셨으니,             (先師有遺訓, 선사유유훈)

도를 근심할뿐 가난은 근심 말라하셨네.(憂道不憂貧.우도불우빈)

우러러도 아마득해 못 미치지만,         (瞻望邈難逮, 첨망막난체)

뜻만은 늘 부지런히 하려 한다네.        (轉欲志長勤. 전욕지장근)

쟁기 잡고 시절 일을 즐거워하며,        (秉耒歡時務, 병뢰환시무)

환한 낯으로 농부들을 권면하누나.      (解顔勸農人. 해안권농인)

너른 들엔 먼 바람이 엇갈려 불고,       (平疇交遠風, 평주교원풍)

좋은 싹은 새 기운을 머금었구나.        (良苗亦懷新. 양묘역회신)

한해의 소출은 가늠 못해도,               (雖未量歲功, 수미량세곡)

일마다 즐거움이 많기도 하다              (卽事多所欣. 즉사다소흔)

밭 갈고 씨 뿌리다 이따금 쉬나,           (耕種有時歇, 경종유시헐)

길 가던 이 나루터를 묻지를 않네.       (行者無問津. 행자무문진)

저물어 서로 함께 돌아와서는,             (日入相與歸, 일입상여귀)

술 마시며 이웃을 위로하누나.             (壺漿勞近隣. 호장로근린)

길게 읊조리며 사립 닫으니,                (長吟掩柴門, 장음엄섭문)

애오라지 밭두둑의 백성 되리라.        (聊爲隴畝民.료위룡무민),"

   이 중 7, 8구는 천고의 절창으로 꼽는 아름다운 구절이다. 드넓게 펼쳐진 들판에 먼데서 불어온 바람이 엇갈려 분다. 새싹들이 초록 물결을 이루며 바람의 궤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바람은 이쪽에서도 불어오고 저쪽에서도 불어와서 새싹들의 춤사위를 경쾌하게 부추긴다. 일하다 말고 잠시 허리를 펴며 그 광경을 바라보는 마음이 더없이 흐뭇하다.

  양묘회신(良苗懷新)! 새싹에 새 기운이 가득하다. "가난이야 족히 근심할 것이 못 된다. 가슴 속에 도를 지니지 못한 것이 부끄러울 뿐." 스승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큰 숨을 들이쉬면 알지 못할 생기가 가슴에 가득하다.

막상 세상은 어떤가? 이광정(李光庭)은

"지난 일 감개함 가눌 길 없고,            ( 往事多感慨, 왕사다감개)

뜬생각 마음 빈틈 파고드누나.             (浮念乘情罅. 부념승정하)

시름겹게 숨어 사는 근심을 안고,        (悄悄抱隱憂, 초초포은우)

하릴없이 긴 밤을 지새우도다.             (曼曼度長夜. 맘만도장야)

좋은 싹은 김맬 때를 하마 놓쳐서,       (良苗失時耘, 량묘실시운)

가을엔 가라지만 무성하겠지.              (秋莠萋已荒. 추유루이황)

도를 추구했건만 뜻은 약했고,             (謀道志不强, 모도지불강)

생계를 꾸림조차 외려 아득타              (爲生計轉茫.위생계전망)"

라고 뜻같지 않은 현실을 개탄했다.

김창협(金昌協)도

"교만한 가라지가 좋은 싹 가려,            (驕莠掩良苗,교유엄양묘)

김맬 시기 놓친 지 오래되었네.           (久矣失芸耔. 구의실운자)"

의 탄식을 발했다.

봄이 왔다. 새싹들이 땅을 밀고 올라온다. 청신한 기운이 대지에 편만(遍滿)하다. 어이 가난을 근심하랴. 쭉정이 가라지가 좋은 싹을 뒤덮지 않도록 부지런히 김매고 밭 갈아야 할 때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조선일보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와 라이카와 백로 한 쌍  (3) 2012.03.09
현대시모음  (1) 2012.02.29
가을  (0) 2011.10.28
고시조  (1) 2011.10.22
김삿갓 (漢詩)  (0) 2011.10.19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