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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꽃 무더기 (冠峀花層·관수화층)

躑躅花爭發(척촉화쟁발)                               앞다퉈 핀 철쭉꽃 위로

朝曦又照之(조희우조지)                               아침 햇살 내려 쪼인다

滿山紅一色(만산홍일색)                              온 산 가득 붉은빛이라

靑處也還奇(청처야환기)                              파란 데가 외려 멋지다

得意山花姸(득의산화연)                         제철 만난 산꽃은 어여쁘게

簇簇繞峨嵯(족족요아차) 한 무더기 또 한 무더기꼭대기까지 에둘렀다

莫愁春已暮(막수춘이모)               봄이 저물까 걱정일랑 아예 말게나

霜葉紅更多(상엽홍갱다)               단풍 들면 붉은 빛이 더 퍼질 테니

/신경준(1712~1781)

1760년 봄에 철쭉이 만발했다. 실학자 신경준(申景濬)이 한강 북쪽에 위치한 첨학정(瞻鶴亭)에 앉아 관악산을 바라보니 철쭉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온 산은 벌겋게 불이 난 듯했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붉은 철쭉! 그런데 붉은색 일색이라 그런지 군데군데 파란 빛깔로 보이는 곳이 꽃보다도 사랑스럽다. 제철 만나 산을 뒤덮은 철쭉도 철 지나면 사라질까. 천만에. 그런 반전(反轉)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여름 지나 가을이 되면 단풍은 더 붉게 산을 태우리라.

이 시는 관악산을 붉게 물들인 철쭉꽃 찬미가가 분명하다. 그런데 그 붉은색 관악산을 본 시인의 눈에 권력을 독점한 당파의 전횡이 오버랩됐다. 붉고 푸른 빛깔은 당파의 색목(色目)이다. 시인은 푸른 빛깔의 소수당 소속이라, 자기 연민에 사로잡힌다. 계절이 바뀌면 달라질까. 천만에. 단풍이 산을 뒤덮듯 주도권을 쥔 세력은 때가 되면 다시 모습을 나타낸다. 봄날의 붉은 꽃에도 정치는 살아있다.

/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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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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