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타고났다고 합니다.
눕지 않고 서서 앓는 나를 보고 남들은 물려받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이 나와 다르게 사니 나는
그들의 삶을 탓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날 때 홀로 살아가도록 지어졌고
날 때 먹고 살도록 힘을 얻었으니
나는 그 이치를 깨달았을 뿐입니다.
나는 생각하고 움직이며 살아가도록 억만 가지,
아니 억겁의 세월 속에 살도록,
함께 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이치가 몸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피안의 사물과 감촉이 내 관절을 움직이고
남이 볼 수 없는 내 얼이 나를 이끌어 갑니다.
깨달음은 외로운 고통 속에서만이 일깨우고 자라납니다.
내가 익히고 있는 바로 그것입니다.
나는 나를 있게 한 힘의 존재에 온전히 의지합니다.
우선하여 의논하는 것은
어찌하여 이렇게 지어졌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오장육부 이목구비 신체 발부, 저마다 뜻있으니
그 뜻을 헤아릴 뿐인 것.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편의 으뜸입니다.
나는 아직 이별 없는 이별을 기워 갚기 위해서
어떻게 하던 나를 보존하여 부복 읍소할 수 있을 때까지,
먼 길을 가야 합니다.
그 길을 내가 만들고 내가 지켜서 이룩해야 하나,
아직은 그 길이 요원합니다.
나를 이끌어 부모님께 부복 사죄할 때까지는
그래서 날마다 손발을 비비고,
그래서 날마다 오금을 움직입니다.
그래서 날마다 목욕 재개합니다.
내가 살아서 가야 하는 길에
남의 부축이 어이 가당할까, 싶어서
나 홀로, 나 홀로 생각하고
내 있는 까닭을 헤아려
그렇게 아직은 먼 길을 갑니다.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