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장구

외통궤적 2008. 4. 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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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000908 물장구

막내야 이제그만 붕어입을 하지마라

어느새 엄마귀에 장구소리 자자질라

건너집 들창가에 엄마그림 비치도록

엄마젖 물은입술 슬그머니 놓아드려

 

까만눈 내리감고 속눈섭을 붙여뫃아

숨소리 간지러워 장구소리 멀어질라

팔베개 팔이저려 장구소리 맑고밝다

이제야 동백기름 참빗살에 반짝이네

 

버선발 고무신에 달빛받은 비녀희고

발자국 살어름이 우리엄마 인도하네

달아래 저지붕아 치마폭이 부럽느냐

올해도 한이서려 하늘보고 장구치네

 

놋대야 물가득히 바가지속 소리가득

숫가락 노래가락 젓가락에 발가락춤

둥기둥 놋소리가 박소리와 어우르네

이소리 훔쳐갈라 궁중악기 무색하네

 

이슥한 마당구석 검은개도 하늘보고

장난꾼 숨어들어 춤솜씨를 훔쳐보네

오늘에 누가뭐래 밤새워서 신명내세

우리네 물장구는 천세만세 이어지지

 

정월 한 달은 눈 속의 포근한 밀포기 같이, 보 덮인 시루 속 콩나물 같이 아늑하기만 하다. 할아버지는 사랑방에 모시고 할머니는 건넌방에, 어머니는 안방에서 누나는 다른 집에, 서로서로 엇갈려서 방을 얻고 집을 빌려서 끼리끼리 뭉쳐서 놀게 되는 달이다. 유독 우리 또래만 방을 빌려주지 않는 것은 믿을 수 없는 나이 탓이겠지만 속상한 일이다.

 

저녁을 먹고 공터에 모이면 들판으로 나가 불놀이하기가 고작이다. 헌데, 이 불놀이가 끝나면 갈 데가 없으니까 누구의 제의라고 할 것 없이, 작당하여 부녀자들의 놀이방 훼방이나 하러다닌다. 이렇게 뭉쳐 다니다가 잘못되어 붙잡히는 때에 누나나 어머니가 계실 것 같아 몹시 마음 조였다.

 

윗마을로부터 시작하여 집집을 염탐하는 일이 시작된다. 누가 시키지 않는데도 에누리 없이 훑어가고 있다. 아랫마을까지 내려오는 동안에 벌써 셋집이나 불 밝힌 집을 발견했다. 묘한 것은 언제나 노는 방은 안방이 아니고 사랑채거나 별채다. 방주인을 내몰고 거기서 노니는 것이니 싸다니기 좋아하는 개구쟁이들은 어쩔 수없이 유혹을 받고, 그래서 흥미롭게 문구멍을 손가락으로 뚫고서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 망보기 머슴에게 들키면 혼비백산한다.

 

해마다 있어온 마을 아녀자들의 정월 한 때, 즐거움이 욕되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로서 그랬을 것이다. 아무리 훼방을 놓아도 붙잡아서 얼굴을 확인하지도 않았으며 설혹 목소리나 윤곽을 알았더라도 모른 척 넘겨버리는 불문율이 있었다. 그러기에 내 걱정은 걱정으로 끝날 뿐이다.

 

달이 중천에 떠서 내 그림자가 작아지면 발자국소리는 더 아삭거리며 크게 들린다. 아직도 물장구소리는 멀리서 가까이에서, 끊어졌다 이어지며 하늘로 올라간다.

 

철들자 집을 떠났는데, 물장구소리는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물장구 소리는 영영 들을 수 없으려나!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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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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