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야 인제 그만 붕어 입을 하지 마라
어느새 엄마 귀에 장구 소리 잦아질라
건넛집들 창가에 엄마 그림 비치도록
엄마 젖 물은 입술 슬그머니 놓아드려
까만 눈 내리감고 속눈썹을 붙여 모아
숨소리 간지러워 장구 소리 멀어질라
팔베개 팔이 저려 장구 소리 맑고 밝다
이제야 동백기름 참 빗살에 반짝이네
버선발 고무신에 달빛 받은 비녀 희고
발자국 살얼음이 우리 엄마 인도하네!
달 아래 저 지붕 아 치마폭이 부럽냐?
올해도 한이 서려 하늘 보고 장구 치네
놋대야 물 가득히 바가지 속 소리 가득
숟가락 노랫가락 젓가락에 발가락 춤
둥 기둥 놋소리가 박소라와 어우르네!
이 소리 시샘하는 궁중 악기 무색하네!
어둑한 마당 구석 검은 개 달만 보고
장난꾼 숨어들어 춤솜씨를 훔쳐보네!
오늘에 누가 뭐래 밤새워서 신명내세
우리네 물장구는 천세 만세 이어지지
정월 한 달은 눈 속의 포근한 밀 포기 같이, 보 덮인 시루 속 콩나물같이 아늑하기만 하다.
할아버지는 사랑방에 모시고 할머니는 건넌방에, 어머니는 안방에서 누나는 다른 집에, 서로서로 엇갈려서 방을 얻고 집을 빌려서 끼리끼리 뭉쳐서 놀게 되는 달이다.
유독 우리 또래만 방을 빌려주지 않는다. 믿을 수 없는 나이 탓이겠지만 속상한 일이다. 저녁을 먹고 공터에 모이면 들판으로 나가 불놀이하기가 고작이다.
한데, 이 불놀이가 끝나면 갈 데가 없으니까, 누구의 제의라고 할 것 없이 작당하여 부녀자들의 놀이방 훼방(毁謗)이나 하러 다닌다.
이렇게 뭉쳐 다니다가 잘못하여 붙잡히는 때에 누나나 어머니가 계실 것 같아 몹시 마음조인다.
윗마을로부터 시작하여 집집을 염탐하는 일이 시작된다. 누가 시키지 않는데도 에누리 없이 훑어가고 있다. 아랫마을까지 내려오는 동안에 벌써 셋집이나 불 밝힌 집을 발견했다.
묘한 것은 언제나 같이, 노는 방은 안방이 아니고 사랑채거나 별채다. 방주인을 내몰고 거기서 노니는 것이니 싸다니기 좋아하는 개구쟁이들은 어쩔 수 없이 유혹되고, 그래서 흥미롭게 침 묻힌 손가락으로 문구멍을 뚫고서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 망보기 머슴에게 들리면 혼비백산이다.
해마다 있어 온 마을 어머니 누나들 정월 한때의 즐거움이 욕되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로서 그랬을 것이다.
아무리 훼방을 놓아도 붙잡아 얼굴을 확인하지도 않았으며 설혹 목소리나 윤곽을 알았더라도 모른 척 넘겨버리는 불문율이 있었다. 그러기에 내 걱정은 걱정으로 끝날 뿐이다.
달이 중천에 떠서 내 달그림자가 작아지면 발자국은 더 아삭거리며 크게 들린다. 아직도 물장구 소리는 멀리서 가까이에서 끊어졌다 이어지며 하늘로 올라간다.
철들고 집 떠났는데, 물장구 소리는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영영 들을 수 없으려나?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