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알

외통궤적 2008. 4. 1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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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3.001025 불알

'에미야! 얘 불알이 한쪽 없다.'

돌 지난 동생의 사타구니를 어루만지면서 손을 놓지 않으신다. 행여 이 아이의 후손은? 염려되고 걱정되신다. 이순을 넘긴 할머니는 아직도 다하지 못한 당신의 한풀이를 갓 태어난 손자에게서 채워 풀려 하고 있다.

당신이 해야 할 조상께 대한 책무를 끝없이 끌어안고, 대를 건너서까지 몸부림 처 갈구한다.

꺼져 가는 집안의 불씨를 살려 일으키고, 이 불씨가 활활 타서 온 집안의 어둠을 걷어갈 그날을 위해서 허리가 꼬부라지도록 손자들을 업으셨다. 당신은 청상(靑孀), 집안의 부목이 되어서 대소가의 모든 이를 지키시고 이로 하여금 옷깃을 여미게 했다.

내 어렸을 때도, 할머니는 내 사타구니를 만지셨을 것이고 이어진 다른 동생들도 마찬가지로 그랬으리라.

할머니의 긴 여정에 우리 형제들은 꿈속의 낭군이 되어 돌아오곤 했고, 꿈을 깨서는 집안의 대를 이을 귀여운 손자가 되어 품에 안겼을 것이다.

밭일을 나가실 때 할머니는 길가의 효자문보다 열녀문을 큰소리로 우리에게 일러주시고 가리키며 지나가셨다.

할머니는 당신의 열녀비를 열 개, 스무 개, 세워준대도 성에 차지 않으셨을 것이고, 할머니의 가슴은 늘 뻥 뚫려서 하늘을 담고 있었을 것이다.

할머니시여 저승에서 할아버지를 맞이하시어 맺힌 한을 푸시옵소서./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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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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