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외통궤적 2008. 5. 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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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010205 발표

어린이들 여럿이 길을 지나다가 길가 밭에서 배추벌레를 잡는 한 농부를 보았다.

그중 ‘갑돌’이 가 나서서 농부에게 물었다.

‘아저씨 무얼 하세요?’

이어서 농부가 허리를 펴며
‘아저씨가 무얼 하는 것 같니?’
하고 모든 어린이를 향해서 되물었다.

이때 입을 열고 무엇이든지 대답한 애와 말없이 묵묵부답으로 서 있는 애가 있게 마련인데, 이때 대답한 애와 대답하지 않은 애가 각각 커가는 과정과 사회에 기여 공헌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안다면 무척 흥미 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어린이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는데 ‘을순’이만 나서서 무어라고 대답했다고 하면 어떨까? 아무 일이 없이 그냥 지나칠 수 있었든 길을 굳이 길을 멈추고 농부에게 물었든 ‘갑들’이 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는데 홀로 대답한 ‘을순’이는 다른 애들하고 어떤 차이를 보이며 자랄까?

또 이런 비슷한 일들이 같은 형태로 반복하여 일어난다고 가정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어떻게든지 다르게 형성돼 가면서 나름대로 적응해 사는 길을 찾아갈 것이지만, 이를 재 볼만한 그릇이나 잣대가 마땅치 않을 것 같아서 얘기가 맴돌곤 한다.

내 생각으론 ‘갑들’ 이는 일직이 문리가 틔면서 조숙하여 한동안이나마 할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사회에 공헌할 명분을 잃고 일직이 늙은이가 되어 스스로 세상 밖으로 한발 물러섰을 것이고, ‘을순’이는 껑충거리지 않고 제 앞에 떨어지는 일을 곰곰이 살펴서 일을 치르며 자신 있게 행동했고 결과가 잘 됐건 잘못됐건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장수할 것이다.

무리 중 물음도 대답도 하지 않은 ‘병들’이 와 다른 애들은 매사를 자기하고 직접 관련 없는 것에는 흥미를 갖지 않으므로, 필요 이상의 신경과 필요 이상의 행동을 자제하여 정신적 갈등과 신체적 소모가 적어서 미력이나마 천천히 사회에 오래 남아서 공헌할 것이다.

여기서 공헌이란, 발전적 의미로만이 아니라 발전할 수 있는 필요악적 존재로도 되는, 넓은 의미도 함께 포함해 본다.

그래서 나도 이 마지막 필요악적 존재로 사회 이바지하는지 곰곰이 생각할 때가 있다.

양보가 미덕일 수는 없는 일, 함에도 내 태도는 실속만 있으면 됐지, 그것이 외부로 드러나며 전시적 효과를 낸다고 해서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는 식으로 소극적이었다.

내 학습에 아무런 도움도 못 주면서 남에게 나를 들어내고 잘못된 점을 지적당하는 위험(?)부담도 안아야 하는 것밖에 더 있느냔 것이 내 생각이었든지, 번번이 그런 발표의 기회를 남에게 양보하거나 떠넘기는 짓을 했다. 지극히 소극적 공부를 했다고 나, 할까?

아무튼, 남 앞에 서는 것을 싫어했던 나는 ‘세 살 때 버릇’이 이제껏 붙어 다녀도 고치지 못하고, 그냥 필요악적 존재로만 삶을 살았다고 할 것이다.

‘갑들’ 이도 ‘을순’이도 아닌 ‘병들’ 이의 삶이 됐다.

이즈음은 내 머리는 이것으로 골똘하다.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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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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