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생명이란 유한한 것이 그 첫째 조건이다. 이것도 모르고 덤벼들어서 키워 보려던 수정(水晶), 크지 않았다고 야속해 했던 나다.
심어 놓은 수정을 며칠 지나서 보고 또 보고, 흙이 모자라서 그런가보다고 아예 묻어도 보고, 그곳을 뻔찔나게 오가며 들여다보곤 했다. 그때마다 얼마나 컸는지 확인했던, 그 어릴 때의 생각이 불현듯 난다.
설사 석순같이 자란대도 내 눈으로는 불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그렇게 믿고 그렇게 행한 내 순진성을 지금이라고 해서 탓할 수는 없으리라.
산에서, 들에서 수정만 보면 사족을 못 쓰던 내 열의가 지금은 수정같이 반짝이지도 못하고 수정같이 맑지도 않다.
순이 있고 몸통이 있고 뿌리가 있는 수정은 자라나서 보배롭게 나를 반길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심었고 가꿨다.
그 수정이 지금쯤은 제법 커서 땅 위에 뾰족이 머리를 내밀 것 같은 긴 세월도 흘렀다.
어찌하랴. 그토록 갈망했던 그 수정을 찾을 수도, 만날 수도 없다. 모름지기 내 마음을 아는 수정은 크게 자라고 제 몫을 다할 것이다.
앞집의 감나무는 접을 부쳐서 고욤이 감이 됐단다. 이 소리를 들은 나는 즉시 감나무 가지를 칼로 도려서 배나무에 접 부치는 기상천외한 접 부치기도 실행했다.
당연히 가지는 죽었고 내 마음은 섭섭하고 울적했다.
생명을 모르면서 생명을 희구했든, 욕심부린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니 양 입가가 볼 위에 바싹 올라간다. /외통-
이상은 천국을 낳는다. (밝은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