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단

외통궤적 2008. 6. 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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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3.010207 소년단

소년은 아직 머리만 크고 덩치는 작다. 덩치를 키우자면 세월을 두고 돌봐야한다.

 

어려운 살림 꾸리려 덜 여문 벼이삭 잘라먹듯, 꽃피는 감자포기 뒤져 새알감자 캐먹으며 이어가듯이 어렵사리 살림을 꾸려나간다.

 

소년은 덜 여문 벼이삭이 되고 덜 자란 새알감자가 되어서 나라를 꾸리는 싸움 연습장으로 몰아 내팽개쳐진다.

 

경작자들은 끼를 때우기 위해 풋것들을 씹으며 시간을 벌면서 남은 것을 제대로 익히려든다. 그러자면 하는 수 없이 풋것 일부는 잘리고 캐여서 희생당해야 한다.

 

이렇듯 가난한 경작자의 땅에서 자란 소년은 그 어린 시절의 태반을 그렇게, 그냥 흘러 보내야했다.

 

소년은 큰 뜻을 품어야하고 지식을 탐구하고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위난을 당했을 때 자기를 희생하는, 의로운 행동을 해야 한다. 이런 가르침을 행동으로 실천한다며 갖가지 단체행동을 한다.'일제' 때의 일이다.

 

자유로이 입 탈퇴가 가능하다지만 그 실 한 학교의 행사에 빠질 수 없는, 단체심리가 작용되면서 결국은 빠짐없이 들어가게 된다. 해서 우리는 ‘해양소년단’에 들어갔다. 바다를 향해서 나래 짓을 했다. 바다가 우리를 부르고 바다에서 우리의 앞날을 설계해야 했다.

 

해군이 사용한다는 '데바다手旗' 수기신호를 배우고 나무막대로 이웃을 구하는 훈련을 했다.

 

소년의 의협심은 외곬이니 어느 쪽으로든지 틀기만 하면 내닫는 힘이 있다. 스스로 발원하는 용천(湧泉)의 힘을 비려서 내동댕이치는 것이니 이것들을 전위라 하여 총알받이가 되는 것을 우리는 알 리가 없다.

 

다행이 연령미달로 그 요동치는 뱃머리를 눈앞에 보며 간신히 위기는 면했다. 더는 나갈 수 없는 바다, 메워진 바다요 다리 놓인 바다가 됐다. 소년은 살았으나 바다는 죽었다.

 

일본은 덜 익은 벼이삭을 자르고 새알 같은 감자를 캐려다가 태평양을 건너온 거센 비바람에 나머지 이삭과 감자를 거두지 못하고 썩히고 말았다. 하마터면 그 소년들이 ‘독꼬오따이(특공대)’ 가되고 미구에 ‘가미가제(神風)’가 될 번했다. 소년이 발 디딘 세상은 거센 비바람 끝에 개였고 맑은 새 하늘로 바뀌었다.

 

소년이 하루아침에 청년이 될 수 없는 것이어서, 세상은 다시 다른 이름의 소년단을 뒤집어씌우고 전위 병을 만들었다. 그 이름 ‘조선소년단.’

 

목이 잘리고 바뀐 것도 아닌, 내 목 그대로인데 하루아침에 붉은 머플러를 목에 두르고 온 길바닥을 누비며 노래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우리나라의 소년임을 새삼스레 강조하고 민주의 이름으로 '노등당'의 전위 병 역할을 했다.

 

이 설익은 낟알이 또 밑 걸음이 되어서 젊은 전위 병이 대거 희생되는 전란을 만들어냈고 이 소년단원의 입으로 태평양을 건너온 두 번째 새 비바람을 막도록 했다.

 

 

소년이 하루아침에 청년의 이름으로 위장됐다. 청년은 전쟁을 수행하려고 소년일 때 물들은 보호색으로 위장하여 남쪽으로 따라 떠내려갔지만 태평양을 건너온 두 번째 비바람은 청년을 휘감아서 사로잡아버렸다.

 

이 비바람은 청년을 다시 소년으로 만들었다. 다시 소년으로 돌아간 청년은 이번에는 제대로 된 ‘보이스카웃’ 복장을 한 제대로의 보이스카웃이 됐다. 수용소에서의 일이다.

 

‘해양소년단’ 은 바다로 나가도록 몰렸고, ‘조선소년단은’ 남으로 내려가도록 내 몰렸고, ‘보이스카웃’은 ‘해양소년단’과 ‘조선소년단’을 함께 삼켰다.

 

어려운 집에서 설익은 이삭이나 새알 감자 캐듯 하는 경작자들 대신에 모처럼 제대로 키우려 드는 경작자다. 이들은 익은 벼이삭과 다 큰 감자로 만들어서 제대로 밥상에 올리려고 느긋하다. 이번에 청년에게 ‘보이스카웃’ 옷을 입힌 태평양 비바람은 옷이 끈적이고 목댕기가 졸리도록 세차게 분다.

 

다시 청년이 되어서 휴전선 북쪽을 바라보며 태평양바람을 등에 받는다.

 

 

소년과 청년의 사이를 오락가락 하는 사이 어느새 십 년의 세월이 흐르고 소년과 청년을 만들어내던 가난한 영농인은 지쳐서 쓰러지려 비틀대며 이젠 아예 자취를 감추려고 보따리를 싼다.

 

소년은 본디 양순하여 세상에 물들지 않았으나 경작자가 바뀌어 지며 온갖 물감을 들여서 그들의 노리개가 되어 그들에게 놀리다가 버림받았지만, 색동을 입은 오뚝이가 되어서 이렇게 살아있다. /외통-

 

 

할 일이 남아있는 동안에는 이미 해 놓은 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s.로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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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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