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산

외통궤적 2008. 6. 22. 11:15

글 찾기 (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1605.001126 모래 산

산이란 바위와 나무와 풀이 있고 오르막이 있는 형체인데 이것들하고는 전혀 다른 풀포기, 나무, 바위가 전혀 없고 순 모래로만 된 언덕, 산이 있다.

 

우리나라에 있을 리가 없는 사막이 엄연하게 있는, 우리 고향이다.

 

우리들 뱁새걸음으로는 교정을 떠나서 해가 중천에 올랐을 즈음 이곳에 닿을 수 있는 곳, 모래산은 적어도 삼학년에 올라서야 갈 수 있는 곳, 꽤 먼 거리에 있는 곳인데 몇 학년 때인지는 알 수 없지만 두 번을 ‘원족えんそく []’이라고 하는 소풍을 간 적이 있다.

 

바닷가의 솔밭사이 오솔길을 지루하게 가다가 보면 옅은 물을 건너고 그 저쪽에 더는 갈 수 없는 것처럼 앞을 가려 우뚝 솟은 모래 산이 보인다.

 

여기에서 지킬 것. 

첫째는 모래를 손에 쥐고 던지지 못하고,

둘째는 도시락 뚜껑을 지정된 시간외에 열지 못하고,

셋째는 도시락과 신발은 반드시 한곳에 모아두고,

넷째는 입을 벌리지 말고,

다섯째는 모래에 묻히는 친구를 발견하면 선생님께 알릴 것 등이다.

 

이 모래 산이 겹으로 있어서 우리들 놀기엔 그저 천국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곳에 오는 날을 잘못 잡아서, 소슬바람이라도 불면 모래 밥을 씹어야하고 뺨에 모래알을 얻어맞아야 되고, 그래서 소풍은 엉망이 된다.

 

여기서의 놀이는 따로 정할 필요가 없고 시간이 금방 가는, 하늘이 만든 어린이 놀이터다. 바다가 있고 소나무 숲이 있고 모래 산이 있고, 어디에 이런 놀이 공간이 있을 것인가.

 

생성과정을 생각해보는 습관에 따라서 내 임의로 풀이 해 본다.

 

바다로 흐르는 개울은 바람을 수면에 미끄러지듯 끌어들이고 이 바람은 다시 소나무 숲을 만나면서 거슬러 회오리저서 역류교차하면서 땅위의 모래를 실어 올린다. 그 바람이 소용돌이처서 계속 같은 지점을 통과하게 되는데, 바람의 힘이 약해서 모래를 땅에 떨어뜨리는 것이 반복돼서 생성 됐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조건을 갖추려면 개울 폭의 양안에 바싹 붙여서 나무를 넓게 심고 높이 가꾸어야 하는, 꽤 긴 세월을 필요로 할 것이다. 즉 넓은 들판을 거침없이 몰아치며 미끄러지는 바람의 이중효과다. 바람이 물길을 따라 다른 바람보다 순조롭게 해면으로 흐르는 조건과 들판을 달려온 바로 옆의 바람은 송림의 저항을 받아서 한숨 죽어 회오리지면서 바다로 흐르는 조건을 만들면 될 것 같다. 많은 해수욕장들이 이런 조건을 주어서 새로운 명소로 만들면 어떨까싶다.

 

애들이 해마다 이 모래 산을 찾아 구르고 미끄러져 무너뜨리건만 이듬해에 가보면 여전히 모래산은 건재 한다.  

 

다만 있는 자리가 강, 아니 개울 쪽으로 가까이 있다가 좀 멀리 떨어졌다가 하는, 그 차이뿐이고 크기는 언제나 고만 고만한 동산이다.

 

요즈음 우리네 '봉이 김선달’식 인심으로 보아서는 아마 해마다 그곳에서 모래장사를 하지 않을까 해서, 미래의 걱정도 해보며 홀로 웃어본다.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다운 것이라던가? 모래 산조차 그립다. /외통 -



'외통궤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공호  (0) 2008.06.23
음률  (0) 2008.06.22
조선어 선생  (0) 2008.06.21
오디와 버찌  (0) 2008.06.21
산술쎄트  (0) 2008.06.21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