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6.001212 말타기
말과 나와 어떤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지만 지금도 가끔은 말 타고 싶은 충동이 인다. 헌데 이순을 바라보는 이날까지 말을 타지 못했다면 말과는 아무 인연이 없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자라나는 과정은 누구나 비슷하게 마련이지만 그 속에서도 남다르게 구는 나름의 놀음이나 짓이 있다. 나에게는 처음부터 뛰어드는 숫기는 없지만 일단 놀이에 가담하면 그 놀이를 며칠이고 이어가면서 끝을 보는 기질이 있다. 여기엔 때마다의 흐름이 있긴 해도 그 놀이에 계속 참여하는 애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내가 이 축에 끼는 꼴이다.
이 짓이 내게 화를 부른 먼 까닭이 되고, 불붙은 놀이에서 흥을 더하면서 호흡을 잘 맞추고 누구든지 남이 먼저 파장을 불러야 그만두지 내 스스로 앞장서서 놀이를 깨지는 않는, 나의 성정이 내게 화를 부른 가까운 까닭이다.
말 타기 놀이는 정말 재미있는 놀이이고 신나는 경합이다. 지금의 어린이가 이런 놀이를 한다면 먼저 선생님이 난리를 칠 것인 즉 외동아들의 안위까지 보증해야하는 교사들의 부담이 이런 위험한 놀이를 그냥 놓아둘 리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도 제지하는 이 없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놀았으니 우리의 환호가 오늘까지 메아리치면서 나를 뛰게 했고 그때 싹틔운 잠재력이 오늘을 이어온 것 같다.
그 날은 비가 오는 날이라 쉬는 십 분간의 짧은 시간조차도 아까운 듯 아침부터 일이 벌어졌다. 며칠 전부터 가른 편을 모아 즉각 대응하는 신속함도 아울러 보였다. 말잡이가 벽에 기대서고 말은 허리를 숙여서 말잡이의 허리를 양팔로 휘어감아 잡고 또 다른 말이 앞선 말의 허리를 감아 잡고 엎드린다.
이것이 말이고 타는 사람은 멀리서 뛰어와 이 말 등에 올라타는 것인데 길게이어지는 말은 타는 사람 쪽에서 부담이 되고 짧으면 말 쪽에서 유리하다.
일단 낙오 없이 다 타면 가위 바위 보로 타고 있는 시간을 늘린다. 이때 말잡이가 가위 바위 보를 내리 지면 말은 힘에 겨워서 무너지고 만다. 무너지면 다시 말을 만들어야하고 타는 기수들은 더욱 드세어서 더 멀리서 뛰어 타며 구르고 달리기를 재촉한다.
서있는 말이지만 타보면 정말로 신이 난다. 회전목마를 재미없어서 어떻게 타나? 무엇 하러 타나?
이렇게 양편이 말과 말 타는 사람(기수)의 수를 같게 해서 가위 바위 보로 말 편을 정하고 놀이가 시작되는데, 종소리가 나면 그때의 주어진 상황을 그대로 다음 쉬는 시간으로 이어간다.
오후까지 이어졌다. 타는 편이 되었는데 오전의 설욕을 원 없이 하는, 기 가 살은 한판이었다. 말 위에 차례로 올라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앞쪽의 한쪽에만 몰려서 겹으로 올라타니 상대인 말은 번번이 무너진다. 끝없는 설욕이다.
너무 편중되다보니 이번에는 타는 쪽에서 겹겹이 올라탄 기수들의 위 친구가 옆으로 쏟아져 흘렀다. 비명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 교실이 터질 듯, 수업은 시작 전에 중단되면서, 나는 업혀서 병원으로 가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손으로 마루를 짚은 몸 위에 덮쳐 눌린 탓으로 왼 팔꿈치가 뒤로 제쳐 지는 위험한 부상 이였다. 지금도 팔이 짝으로 되어서 등을 긁을 때에는 완연히 표가 난다.
마지막 타는 쾌감을 계속하려든 나는 겹치기 맨 위에 올라 쾌재를 노래할 틈도 없이 우리 패, 기수들의 오만으로 옆으로 쓰러지는 자괴의 맛을 톡톡히 보았다. 집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놀다가 다친 것으로만 알렸으니까 앞으로도 영구비밀 이다.
어머니를 무척이나 속 썩인 이런 일들을 속죄하고 떳떳이 예기 할 수 있는 날이 언제 올 것인지. 그 날의 말들과 기수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치료비 청구라도 뒤늦게 할까보다. 그러면 그들의 말이 이렇게 나올 것이다. 그 때처럼 말 타기놀이를 하면 치료비는 배로 갚을 것이라고.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