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나와 어떤 인연이 있는 건 아닌지, 지금도 가끔은 말 타고 싶은 충동이 인다. 한데, 이순을 바라보는 이날까지 말을 타지 못했다면 말과는 아무 인연이 없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자라나는 과정은 누구나 비슷하지만, 그럼에도 남다르게 구는 나름의 놀음이나 짓이 있다.
나는놀이에 처음부터 뛰어드는 숫기는 없지만, 일단 가담하면 그 놀이를 며칠이고 이어가면서 끝을 보는 기질이 있다. 여기엔 그때마다 흐름이 있긴 해도 그 놀이에 계속 참여하는 애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내가 이 축에 끼는 꼴이다. 이것이 내게 화를 부른 먼 까닭이 되고, 불붙은 놀이에서 흥을 더하면서 호흡을 잘 맞추고, 누구든지 남이 먼저 파장(罷場)을 불러야 그만두지 내가 앞장서 놀이를 깨지는 않는, 나의 성정이 내게 화를 부른 가까운 까닭이다.
말타기 놀이는 정말 재미있는 놀이이고 신나는 경합이다. 지금의 어린이가 이런 놀이를 한다면 먼저 선생님이 난리를 칠 것인즉, 외동아들의 안위까지 보증해야 하는 교사들의 부담이 이런 위험한 놀이를 그냥 놓아둘 리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도 제지하는 이 없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놀았으니, 우리의 환호가 오늘까지 메아리치면서 나를 뛰게 했고 그때 싹틔운 잠재력이 오늘을 이어온 것 같다.
그날은 비가 오는 날이라 쉬는 십 분간의 짧은 시간조차도 아까운 듯, 아침부터 일이 벌어졌다. 며칠 전부터 가른 편을 모아 즉각 대응하는 신속함도 아울러 보였다.
말잡이가 벽에 기대서고 말은 허리를 숙여서 말잡이의 허리를 양팔로 휘어 감아 잡고 또 다른 말이 앞선 말의 허리를 감아 잡고 엎드린다. 이것이 말이고 타는 사람은 멀리서 뛰어와 이 말 등에 올라타는 것인데, 길게 이어지는 말은 타는 사람 쪽에서 부담이 되고 짧으면 말 쪽에서 유리하다. 일단 낙오 없이 다 타면 가위바위보로 타고 있는 시간을 늘린다. 이때 말잡이가 가위바위보를 내리 지면 말은 힘에 겨워서 무너지고 만다. 무너지면 다시 말을 만들어야 하고 타는 기수들은 더욱 드세어서 더 멀리서 뛰어 타며 구르고 달리기를 재촉한다. 서 있는 말이지만 타보면 정말로 신이 난다. 회전목마를 재미없어서 어떻게 타나? 무엇 하러 타나?
이렇게 양편이 말과 말 타는 사람의 수를 같게 해서 가위바위보로 말 편을 정하고 놀이가 시작되는데, 종소리가 나면 그때의 주어진 상황을 그대로 다음 쉬는 시간으로 이어간다.
오후까지 이어졌다. 타는 편이 되었는데 오전의 설욕을 원 없이 하는, 기가 살아 신나는 한판이었다. 말 위에 차례로 올라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앞쪽의 한쪽에만 몰려서 겹으로 올라타니 상대인 말은 번번이 무너진다. 끝없는 설욕이다. 너무 편중되다 보니 이번에는 타는 쪽에서 겹겹이 올라탄 기수들의 위 친구가 옆으로 쏟아져 흘렀다. 비명은 하늘을 찌를 듯, 교실이 터질 듯, 수업은 중단되면서, 나는 업혀서 병원으로 가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손으로 마루를 짚은 몸 위에 덮쳐 눌린 탓으로, 왼 팔꿈치가 뒤로 제쳐지는 위험한 부상이었다. 지금도 팔이 짝으로 되어서 등을 긁을 때는 완연히 표가 난다.
마지막 타는 쾌감을 더하려던 나는 겹치기 맨 위에 올라 쾌재를 노래할 틈도 없이 우리 패, 기수들의 오만으로 옆으로 쓰러지는 자괴의 맛을 톡톡히 보았다. 집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놀다가 다친 것으로만 알렸으니까, 앞으로도 영구 비밀이다.
어머니를 무척이나 속 썩인 이런 일 들을 속죄 하고 떳떳이 예기할 수 있는 날이 언제 올 것인지. 그날의 말들과 기수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치료비 청구라도 뒤늦게 할까나. 그러면 그들의 말이 이렇게 나올 것이다. 그때처럼 말타기 놀이를 하면 치료비는 배로 갚을 것이라고./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