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당번

외통인생 2008. 6. 2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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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당번

1627.001213 난로당번

마음을 단단히 먹고 미적거리는 내 행동이 어색하고 걸맞지 않았다. 좀 더 느긋하고 침착하게, 엉덩이에다 천근의 맷돌이라도 달고 있듯이, 오늘은 내가 끈기의 시험에서 최고의 영예(?)를 안고야 말리라는 비장한 각오로 버티었건만 끝내 내 몰리고 말았다.

 

 아침 조회는 눈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운동장에서 한다. 조회때의 난로당번은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는, 우리의 자율로  정해지는 순간이다. 나는 끈기의 대결에서도 졌고 배짱의 대결에서도 졌다. 아무려나, 조회를 안 나간대서 특별히 더 이득 될 것이 없음에도 내심 이 당번이 무엇이 그렇게 좋아서 모두가 눈독을 드리는지를 체험해 보고 싶은 나대로의 꿍꿍이속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패했다. 이 일을 기화로 난로당번의 꿈을 버리고 육년 동안에 해마다 겨울을 나면서도 한 번도 난로 당번을 해보지 못했다.



생각해본다. 난로당번을 도맡아 한 그들은 어떻게 변모했으며 그들의 건강은 어느 정도인지. 모름지기 그들은 발군의 의지력으로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 한 몫을 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한편 잘못 됐다면 상상을 뛰어넘을, 사회를 해악으로 모는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인물이 되었거나 영어의 신세를 오랫동안 면치 못한 애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애써 머리 흔들어 부정하고 싶은 다른 한쪽도 겹쳐서 떠오른다. 좋은 쪽으로만 되였으리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목적한 바를 끈기로 이룩하는, 집념을 버리지 않는 그 노력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었을 것이고 약빠른 꾀가 그들을 위기에서 구출했을 것이다.

 

왜 내가 아무것도 아닌 난로당번을 되뇌느냐 하면, 이 당번.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장기의 어린이가 끝까지 목적한 바를 관철하지 못하는 배타성의 결여가 점진적으로 자기의 위축을 자초하는 것이 아니었겠나 하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내가 난로 당번을 시도했던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되는 대목이다. 비록 실현시키지는 못했어도.

 

세상은, 무엇이든 각기 제자리가 있고 제몫이 있는 법, 어떻게 몸부림을 쳐도 이 천리(天理)를 벗어날 수는 없는 것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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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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