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결

외통프리즘 2008. 7. 2. 15:20

글 찾기 (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다수결

1781.010115 다수결

종다수(從多數)의 민주주의 기본을 배우기 시작하는 해방 후의 초등학교 격인 ‘인민학교’ 아이들은 대학생이 된 셈이다.

 

다 같이 새로 배우고 만들고 짜야하는 때니까 학년이 따로 없고 초 중 고 대학이 따로 없다. 제각기 아는 것을 일러주고 가르치며 배우는 초등학생이다. 적어도 인문사회 분야에선 일대 혼란이 일고 있었다.

 

다수결이 왜 필요한지, 민주주의가 무슨 뜻인지, 왜 있어야 하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도록 들볶아댄다. 학급운영이나 수업진행을 선생님이 시키면 하고 안 시키면 그만인 것이지 여기 무슨 따로 정하고 까닭을 가려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도 알지 못했다.

 

이제까지는 학생은 복종만 있었고 자율이나 자치의 개념은 싹도 나지 않았다. 대목(臺木)은 있되 접붙일 때가 되지 안 했음에도 이 대목을 그대로 놓아두면 아무 종류로나 누군가 먼저 접붙일까싶어서 서두르는 꼴이 됐다.

 

대목은 아직 겨울인데 여기다가 갑자기 접붙이고 물주는 격이니 접목이 자라기는커녕 얼어 죽을게 뻔하다.  그래서 싹을 틔워 대목을 만드느라, 종류나 크기를 가리지 않고 마구 심고 접 부쳐 나갔다. 이렇게 내남없이 뛰었다.

 

초등학교 오 학년 애들에게 민주주의 논문을 써오란다. 이거 가당치 않은 일인데도 복종이 몸에 밴 우리들에게 비민주적인 짓을 민주주의 이름으로 접을 부치려고 했다. 그래서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터라 연합전선을 폈다. 우리끼리 통하는 몇이 어울려서 각자의 능력을 다하여 자료를 얻어 모으고 발췌를 해서 함께 쓰자는 제의를 했다. 이미 이것이 민주적인 것을, 우리는 알지 못했다.

 

며칠을 지내서 각자가 모은 책자와 신문과 유인물을 들고 우리 집 사랑방에 모였지만 무엇을 먼저 말하고 어떤 것이 중요한지를 가릴 수 없는 터라 우리는 무턱대고 민주란 무엇인가로부터 시작하였다.  고대로부터 시작하여 근세에 이르기까지의 활자화된 민주란 낱말이 들어있는 문장이나 책을 그대로 베끼되 너는 여기서 여기까지 나는 여기서 저기까지 또 다른 애는 다른 유인물에서 같은 식으로, 아무튼 되건 안 되건 몇 장식을 긁적거려 갔다.

 

당연히 논평은 없다. 응당 그럴 것이 다 같이 그 방면엔 새싹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싹은 텄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말았다.

 

노동계급이 독재를 해야 한다는 자기모순에 봉착하면서도 민주주의는 그대로 존속되어야 한다는, 감당하기 어려운 혼돈 속에서 그나마 미치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 다행스럽다.

 

오늘까지 그 많은 선거와 의사의 도출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민주주의에 대한 석연치 않은 대목을 느껴왔다.

 

종다수 원칙은 그 일에 나서고 싶은 사람끼리의 약속이면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겠으나 그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관심이 없는 여타의 사람들의 이름을 빌려서 행사하고 그 이름을 빌린 사람들 외의 사람들의 관심을 끌거나 통제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되니까 결과적으로 종다수 원칙에서 벗어난 무리의 무관심한 사람들의 또 다른 의사가 오히려 앞서의 나서고 싶은 사람들의 의사에 반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여기 100명으로 구성된 집단이 있다. 공동관심사에 관하여 투표로 결정하기로 하고 투표하였다. 참여자는 55명이였다.

 

이중에 찬성하는 사람이 33명이었다고 하자. 절차상으로는 하등의 잘못이 없다.

 

다수결의 원칙이니까 1/3의 찬성으로도 가능하다고 할 것인지가 매우 흥미를 끄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2/3의 사람은 힘이 더 강해서-물론 결집되지 않은 상태이지만-하고자하는 일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초의 공동 관심사는 관심 밖의 것을 추진했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가위 바위 보는 유치하니까 할 수 없고 칼이나 총을 들고 힘겨루기를 하자니 금수 같고 씨름으로 정하자니 체급이 다르고,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해서 점잖게 모두가 좋다는 투표로 정해서 민주투사처럼 살자, 그러면서 나머지 2/3 사람들에게 '엿'이나 메기자. 이거 아니고야 풀어낼 실마리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용해되도록 삶아서 앞의 공동관심사가 다른 공동 관심사로 대체되거나 삶길 때까지 삶는, 민주적 끈기 와 설득으로 100명의 사람이 적어도 투표에서 과반수가 찬성할 때까지 조정하고 수정하여야한다고 본다. 사회적 비용이 문제일 것이다.

 

모두가 내 과문(寡聞)한 탓으로 돌리고 넋두리로 치부하고 싶다.

 

어느 사회이건 민주를 표방하고 민주의 이름을 달고 최적의 민주국가임을 자처하건만 민주의 이름을 외면한 나라도 곳 잘 민주적이고 민주를 앞세운 나라도 더러는 비민주적인 때가 있는 것 같다.

 

격동기에 배운 민주와 다수결 원칙은 격동이 끝나는 말세에나 실행됨직하다. /외통-



'외통프리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자  (0) 2008.07.03
솔문  (0) 2008.07.02
가치  (0) 2008.07.02
역사이해  (0) 2008.07.01
글씨체  (0) 2008.06.30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