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외통프리즘 2008. 7. 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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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1

1836.010223 모자 1

지금은 넘쳐서 주체 못하는 것이 모자지만 그 때는 모자가 흔하지 않았고 쓰고 다니는 이도 드물었다.

 

해방을 맞은 시골이니 더 했으리라. 여느 때와 같겠지만 그 때도 모자는 신분의 상징이고 부의 징표이기도 했다. 특히 자라는 애들은 어떤 형의 모자를 바라는가에 따라서 그의 진로가 그 모자가 있는 곳을 향했을 것이다. 그 모자를 써보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도 규율을 엄격히 지켜야 하는 수송수단의 종사자들이 그 단체구성원의 결속을 상징하는 모자를 쓰고 있다.

 

각각의 위계를 표시하는 금테를 층층이 다르게 둘러서 서열을 나타내는 것은 여전하다. 그때도, 자라나는 우리들의 좁은 시야와 많지 않은 볼거리로 해서 모자의 종류나 테의 높낮이는 더욱 우리의 흥미를 높이고 있었다.

 

모자의 뚜껑이 넓고 클수록 어려운 일의 직분에 있어 보였고 테가 높을수록 위엄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조리사들도 테 높은 모자를 쓰게 되는 ‘저변확대?’가 되기도 한 것을 보면 치장을 하는 본능적 충동이 이렇게 여러 분야에서 각기 나름의 권위를 표상 하여서 그들끼리 어울리면서 남들이 넘볼 수 없도록 패 가름을 하는 것으로 보아도 될법하다. 즉 차별화하자는 것이다. 용모와 행동으로는 구분할 수 없으니 어떤 표를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어릴 때에 머리에 무엇인가를 쓰고 다른 어린이를 이끌고 다니는 놀이와 하등의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모자는 본능적 표현 수단이기도 한 것 같다. 시각적으로 가장 높은 곳이 머리 위이니 먼저 남의 눈에 띄게 하려면 머리에 붙여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가령 위계의 표시를 발에다가 달고 다니기로 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난다.

 

모자는 사람의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적 가치보다는 오히려 자기를 과시하는 위협적 또는 자기 위치와 존재를 확인 시키는 광고의 의미가 가득히 담겨있어서 예로부터 끊임없이 머리장식과 함께 모자의 발달이 유달랐던 것 같다.

 

신체부위 높은 차 순으로 보아서 그렇고 관식(冠飾)의 표징으로 봐서도 그렇겠지만 모자는 언제나 윗자리에 걸리고 보관된다. 이런 행동은 우리의 심리가 아직까지 각종 모자를 관식의 상징으로 굳어져 있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아주 어렸을 때, 대롱대롱 털방울을 꼭지에 달고 볼을 가리는 가장자리에는 토끼털이 달린 고깔모자를 썼든지, 그것도 못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처음 모자란 것을 써보기는 오동나무 잎을 접거나 아주까리 잎을 접어서 만든 볕가리개 모자가 처음인상 싶다.

 

이렇게 임시방편으로 만들어서 쓰고 멱 감으러 갔던 것을 제외하고는 껑충 뛰어서, 중학교 이 학년에 들고서부터다.

 

허긴 나뿐이 아니고 많은 애들이 이같이 간 큰 짓을 했지만 별 덕보고 잘한 것 같지는 않은, 이런 것 역시 모자 외에 덧 부치는 표시, 배지와 학년표시를 의식해서이니 남 나무랄 것은 하나도 없다.

 

과연 바라고 있던 중(中)자 모표를 단 까만 모자를 쓰니까 한 해 전 내가 피했던 친구 ‘바우와’ 어깨를 맞추어도 될 듯싶어서 기쁘고 흐뭇했다. ‘바우는’ 이제 나와 같은 학년인 ‘금강중학교’ 이 학년이 됐을 테니까. 이제는 나와 같아졌다.

 

이것은 아무것도 아닌 모자와 그 가장자리에 달린 표지(標識)들로 해서 판가름 나는 것이었기에 아무도 그 연령권역에 들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곳에 우리의 관심을 쏟아야하는 것이다. 그 시대를 겪었으면서도 외면한다면 자라나는 음지의 많은 어린이가 좌절하고, 기죽고, 반항하여 종국에는 독소적 원소로까지 결합 반응 할 것이기에 그렇다.

 

나는 아직 그 지경가지 가지는 않았지만 모자의 형도 갖가지로 변형돼서 그 학교의 급우들끼리도 상징적 표식을 만들어서 우의(?)를 다지고, 작은 우리를 만들고서 끼리끼리 뭉치고 환호한다. 멀쩡한 모자를 찢어 다시 꿰매서 헌 모자처럼 만들거나 챙을 길게 갈아 뽑아서 얼굴을 반쯤 가려서 쓴다거나 하고도 또 그 위에 군림하고 싶어서 안달한다.

 

결국 모자 위에 번질번질하게 기름칠을 하고서 새 모자와 또는 변형 없는 모자와 차별하고 나아가서는 그들끼리도 차별화 하고자 했다. 가히 모자의 무기(武器)화 시대였던 것 같다.

 

더러는 모자를 오래 쓰면 대머리가 된다고 하는데 수긍이 가는 얘기 같다. 왜냐하면 머리는 두개골의 보호 장구이자 햇볕의 차단 장치인데 이런 구실을 인위적으로 오래, 피부 노출을 제약하여 지속한다면 굳이 머리(카락)털을 둘 이유가 없을 것이 아니겠는가하여서 먼 훗날이 적이 염려(?)된다.

 

그 날이 되면 모자는 옷에 붙어서 옷처럼 반드시 입어(써)야 될 것이고 그 때에 가서는 지금보다 더 요란스레 만들어서 남과 차별할 것을 생각하니 또 미리 진저리 처진다.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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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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