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오륜

외통인생 2008. 7. 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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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3.001107 삼강오륜

환경이 바뀌면서 가치도 달라지는 전환점이 된 해방 후의 이 나라 교육에서, 특히 문화를 이해하고 도덕적 틀을 짜야 하는 시급한 상황에서, 새 나라의 새싹을 떠맡은 일선의 교단에서는 그야말로 교단의 선생이 국가요 민족이요 문화요 과학인 양, 스스로 말라서 홀로 자르고 꿰매면서 수업 시간 때우는, 마법사와 같은 역할을 했다.

전쟁에 들끓던 군가 일색을 갑자기 없애고 우리 노래를 발굴하여 짓고, 우리의 동요를 악보 없이 가르치며 더러는 서양 민요곡에 우리 가사를 지어 바꿔 가르쳤으니, 선생님의 노고는 그렇다 치고, 아동들의 이름이 일본 이름으로 불리고 대답은 ‘예’하라 하시는데도 태반의 아이들은 ‘하이’로 응답하고, 우리말을 쓰래도, 들리는 우리말은 급히 튀어나오는 욕뿐이다. 욕 아니고는 왜(일본) 말이 의사소통 주된 수단이 됐던 혼란기였다.

선생님의 말씀은 알아들을 듯하면서도 전혀 생소한 이야기들뿐이고, 수업 분위기는 흐려지고 시간은 거의 잡담으로 채워졌다.

그런 중에도 아직 내 안에 그 잡담 같은 이야기가 생생히 살아서 싹을 틔워 줄기와 잎을 내서 꽃피우는 선생님 말씀이 있다. 더욱 그 이야기가 잊히지 않는 이유는 그 선생님의 열과 기지가 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옛날에 임금님이 요동에 밀서를 보내야 했는데, 사신마다 강을 건너다가 오랑캐 도적들에게 약탈당하고 되돌아오곤 했다. 이에 임금은 새로이 관리하나를 사신으로 파견하면서 “만약 그대가 이 임무를 완수하면 큰상을 내릴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엄벌을 받으리라” 추상같은 명령이다. 관리는 시름으로 식음을 전폐하고 있는데 그 집 충복(忠僕) 종 하나가 목숨을 걸고 함께 수행하려 하므로 무식하고 우직한 놈이지만 데리고 가기로 작정하고 삼 일을 쉬게 했다. 떠나는 날 아침에 죽을 목숨이니 평소에 못 먹던 떡이나 실컷 먹으라며 떡 다섯 주발을 내다 놓았다. 워낙 장대한 기골인 그가 있는 떡을 못 먹고 물릴 리도 없거니와 먼 길을 떠나니 든든히 먹어두려는 심보로 배를 두들기며 다 먹어 치웠다. 그럴듯한 행장을 갖추어서 떠났다.

아니나 다를까 강 한가운데에 도적들이 배를 정박하고 사신의 배를 엿보고 있지 않은가. 밀사는 배를 타지 않으며 말했다. “자네가 가서 도적들을 물리치고 와서 나를 데려가거라”. “예 분부대로 하오리다.” 사공과 함께 배를 저어 도적무리에 접근했다. 도적 중 하나가 무엇이라고 외치며 노려본다. 알아들을 리가 없다. 충복 하인은 이 일을 위해서 사흘을 쉬었음을 알리려고 손가락 세 개를 벌려서 뻗으면서 큰소리로 “사흘을 쉬었소.” 했다. 도적들은 기골이 장대한 풍채 좋은 이가 자기들의 무례함을 꾸짖으며 “너희는 삼강도 모르냐? ” 는 말로 알아들었다. 도적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수군거리다가 한 도적이 큰 소리로 외치며 손으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돈을 내놔라! ” 고 외쳤고 이 말도 또한 알아듣지 못하는 충복은 도적 손의 동그라미 모양을 보고 “떡은 먹었느냐”로 알아듣고는 손가락 다섯 개를 쫙 펴서 보이며 “다섯 주발을 먹었다.” 그러니 덤비려면 덤비라는 기세를 취했다. 도적들은 “오륜도 또한 모르느냐! 고얀 놈들”로 알아듣고 이 사람은 귀한 인물이며 한 나라의 중임을 수행 중이니 이 사람을 건드리면 필경 뒷일이 좋지 않으리라고 이해하고 물러갔다. 밀서는 무사히 전달됐고 관리는 충복의 덕으로 큰상을 받았다. ’ 는 이야기다.

다른 사신들은 담력이 부족하고 살려고만 했기 때문에 실패했고, 충복 머슴은 단순 대담함이 일을 관철했다.

이것보다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도적들을 물러가게 한 삼강오륜(三綱五倫)의 내용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으면서도 삼강오륜의 덕목을 스스로 알아보도록 아이들에게 가르쳤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산 교육의 표본일 성싶다.

바로 그날, 아버지께 사뢰어 알아차렸는데도 일생을 두고 실행할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인 부위자강(父爲子綱)과 부자유친(父子有親)을 잊고, 아니 못하고 살았다. 앞으로도 영영 실행하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며 온다./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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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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