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난 어떻게 될 것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길은 어디로 났으며 누구와 함께 가야 하는가? 개학이 된다는 보장은 과연 누가 하는가? 학생은 있으며 선생은 또 있을 것인가? 의문은 꼬리를 잇는다.
고모네 방에 나와 함께 하숙하는 친구는 이미 봇짐을 싸고 있었다. 그는 이 십리 길을 걸어서라도 간다며 주섬주섬, 봇짐 속에 책을 챙겨 넣고 있다. 우리는 다음 학기의 불확실성을 점치고 있었지만, 이렇게도 저렇게도 믿어지지 않는다. 난리의 앞날은 누구도 가늠할 수 없는 일, 애송이들인 우리가 짐작이나 할 수 있나? 답답한 시간이 한여름 긴 오후의 햇살처럼 달아 이어졌다.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 것, 만들 수 없는 절대적 자산이라던가? 이제 내게 주어진 우리 집안을 일으킬 시간은 여기서 두 동강 나듯, 절박하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내 앞날, 우리 집 가세(家勢), 짜릿하게 저려온다./외통-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