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1의 싹

외통궤적 2008. 7. 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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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0.011031 믿음1의 싹

원래의 그대로가 아닌 형체, 사람이 만들어 친 보기 싫은 가시철망의 날카로운 가시 끝에 빨간 잠자리가 앉아서 네 잎 날개를 내리고 있다. 놈은 대가리 보다 큰 두 눈알로 늦여름 한 낮의 뜨거운 해를 보기 좋게 굴려 보내고 있다. 많은 수의 잠자리는 목적 없이 날고 있을 것 같은 데도 질서정연하다. 결코 서로 부딪치거나 얽혀서 떨어지는 놈이 없다.놈들의 엷고 가벼운 날게는 서로 부닥치기만 해도 으스러질 것 같건만 예외 없이 한 뼘 공간을 잽싸게 뚫고 다니며 삶을 노래한다.

저 잠자리는 우주와 하나가되어 죽지를 다하도록 날다가 이제 막 철조망 가시 끝에 앉아서 나래를 내렸다. 그리고 깊은 시름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를 조소하듯 졸고 있지 않는가!

 

 

나는 삶의 의미를 잠시 새기려한다. 내 눈에 띄는 것이라야 고작 천막과 푸른 산, 그리고 기관총을 우리 포로에게 겨누고 지켜보는 망루의 군인과 좁은 철조망사이를 졸리도록 천천히 오가는 동초(動哨)병 뿐이다. 이들 중 하나 둘 셋 차례로 나의 내면의 깊은 곳에서 제거해버리고 마지막 남는 내 안의 나를 있게 하는 원초(原初)의 극(極)까지 이르면  참 나를 찾을 것 같다.

 

누구의 말인가. 나와 사물사이에 가로놓인 안개 같은 격벽(隔璧)은 설혹 그사이에 어느 한 쪽에서 뇌는 말이 있다 치더라도 나는 차라리 나와 사물사이를 벌여놓는 이 말을, 소리 나는 말문은 닫고 뇌임은 가라앉혀서 사물과 나의 관계, 나와 사물을 엮어 있게 하는 존재의 원천으로 돌아가고 싶다.


내가 침묵 속에서 세상을 알고 나를 안다면 그때에 말은 없다. 불완전한 매개의 수단인 말은 오히려 침묵 속에 아우른 나와 사물과, 이를 합친 하나를 있게 하는 그 무엇에서도 보탬이 되지 못하지만 사람은 굳이 이 말의 잔치로 알 수 없는 사물을 알려고 든다.
잠자리는 사물을 말없이 자기 속에 일치시키는 것 같다.

 

 

또 누가 말한다. 삶이 사물 속에서 일치된 그 무엇의 사랑을 반영하고 내 존재가 그 무엇의 고요 속에 휴식하는 것만이 존재이유가 되기 때문이고 이 존재의 이유가 내 안에 있으므로 내 존재도 그와 함께 있으리라는 것, 알 수 없는 침묵의 유혹을 받는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생각이나  말은 보이지 않는 절대자의 의지로 생성된 사물이 안개와 같은 엷은 운무(雲霧)로 떠오른 실제를 의지(意志)로 있게 하는 절대자의 섭리의 지극히 작은 일말(一抹)에 속한 소리에 다름 아니다.

 

주위에 보이는 몇 가지의 사물조차 관계 짓지 못하는 지극히 불완전한 존재를 알 수 있으면 나는 비록 다 떨어져나간 주위의 모든 것을 원망이 아니라 환송하여 결별할 수 있다.

 

그래서 기꺼이 모든 것을 떠나보낼 것이다. 공허(空虛)는 나의 본향이고 실재는 나의 잠정 가상(假像)이다. 나의 본질은 나를 있게 하는 보이지 않는 바로 그 능력자의 사랑이시다. 난 외로운 침묵이 차라리 그대로 환희와 생명의 도가니가 되어서 거기서 나를 찾아내 의미를 알고자한다.

 

한동안, 수용소는 아무런 구속력도 내게 발휘하지 못했다.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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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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