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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궤적 2008. 8. 2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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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가 동창을 두드려서 눈부시고, 그치지 않는 자전거 종소리가 제자거리의 아침을 달구고 있다. 아쉬움을 뿌리치고 일어난 우리의 손길은 서로 다르게 움직인다. ‘에이꼬’는 부엌으로, 나는 잠겼든 유리 출입문을 풀고 햇빛을 들이려는 참이다.

 

 

가게에 붙은 두 칸짜리 방은 가게를 통하여 빈방을 거쳐서 우리 방에 들어오게 되어있기도 하고 부엌을 통해서 우리 방으로 바로 들어오게도 되는데 윗방을 통해서 밖으로 나가는 길은 아침저녁으로 내가 잠그고 연다.

 

오늘도 일상의 아침 운동이 문 따기다. 아직 출근을 하려면 두 시간은 족히 있어야 한다. 이즈음은 속초로부터 날아온 한 통의 편지에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재종형이 남쪽에 계신다는 내용의 발신자를 알 수 없는 편지를 읽고 즉각 형의 인적사항을 적어서 한국일보에 애절하게 호소하는 편지를 재차 띄워놓고 있었다.

 

 

나 홀로 설레는 나날이 계속된다. 문을 열어 바람을 들이고 해를 들이려는 참이다. 햇빛과 함께 검은 제복의 경찰관이 성큼 들어서면서 ‘이 집에 아무개가 있느냐’고 묻더니 한발을 다시 다가서서 문을 막고 버티어 선다. 그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서둘며 내 이름을 확인하고는 나를 놓칠세라 기세 당당히 맞서며 문을 닫고는 이어 묻기 시작한다.

 

 

사 일 구 혁명의 여진(餘震)이 이제야 내게 미쳐서 과거의 행적을 문제 삼고 특별관리 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고, 시류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며 어리둥절 하는 나를 의식할 수 있었다.

 

경찰관은 자기의 임무를 다하려는 듯 온갖 것을 묻고 있다. 이북에 두고 온 부모형제 자매의 이름과 나이 동네의 형편 친척들의 이름과 떠나올 때의 근황, 그 모든 이의 이름을 한자(漢字)로 써달라느니, 집의 위치를 그림으로 그려보라느니, 중죄인을 심문하듯이 낱낱이 들추어냈다. 나는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지나 않나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이 나라에 대한 충성심을 다른 방법으로 시험받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마저 하기에 이르렀다. 내 행적을 없애버린 나를 돕느라 애쓴 김 순경의 일로 인해서 오히려 화를 입는 것은 아닌지, 하는데 까지 생각이 미쳤다.

 

조사하는 경찰관은 자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할까싶어서 전전긍긍하며 내 인상을 자세히 훑고 있었다. 모름지기 특별한 임무를 상급기관인 특수기관으로부터 하명 받은 듯, 몹시 신중하고 진지하지만 그 자신이 무슨 함정에 걸려들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것 같은 인상조차 풍기고 있다.

 

 

조사를 마치고 난 다음에 무슨 일이냐고 묻는 내 말에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긴급 조사명령’이라는 것이었다. 눈부신 햇살을 받는 아침에, 영문 모르는 조사를 받으면서 나는 몹시 흥분하고 있다. 내 거동에 대하여 위법성이 있었는지, 아니면 관리할 대상으로 삼아야할 이유가 생겼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답답하기 그지없다. 누가 알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정보계통의 형사들도 이미 자리가 옮겨졌고 실권에서 멀어진 아는 사람들의 귀인들 열려있을 리 만무하니 속수무책으로 냉가슴만 앓고 있을 뿐이다. 이제 겨우 몇 발짝 날려는 때에 잘리고만 죽지를 어루만진들 아무도 되돌릴 수 없는 도도한 대세의 흐름을 절감하면서, 또다시 날줄 끈과 씨줄이 얽이면서 짜지는 세상사를 어렴풋이 깨닫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새로운 고립감에서 탈출하려는 열망에 차 있다. 그래서 다녀간 경찰관의 뒤에 내 의문의 꼬리표를 수 없이 달고 있는 것이다.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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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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