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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궤적 2008. 9. 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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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2.020702 소식

어디를 가나 고개를 떳떳이 들 수 없는 형편을 서로 위로하려 자중하는 이즈음의 우리 내외다.

근심 어린 응어리가 행여 위로의 말이랍시고 서툴게 뱉는 말에 침이래도 퉁겨 헤집을까 싶어서, 입을 잠그고 있다. 마치 내 죄인 양, 눈길은 은연중 ‘에이꼬’의 시선과 마주치길 주저하고 있다.

이런 내가 오늘 세상의 모든 걸 얻었다. 그리고 확인하고 ‘에이꼬’와 함께 감사하고 있다.

오 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을 어둡게 드리운 그늘 밑에 살아왔다. 죄인의 신세처럼 처신하는 ‘에이꼬’의 심경은 어떤 방법으로도 표현하지 못한다. 나도 신의 보살핌을 바라며 기원(祈願)의 끈을 팽팽히 당겨 한시도 늦추지 않았다. 행여 불효를 책망하여 자식을 주지 않는지, 아니면 내 망동(妄動)을 고치는 시간이 필요로 해서 그동안 능력을 거두셨다가 참회와 의탁의 기미를 가엽게 보시고 비로써 점지하셨는지, 이날이 있기까지 우리는 마음을 다하여 정중히 신에게 빌었다. ‘에이꼬’나 나나 신에게 제의(祭儀)적 기원을 하지는 못하지만 언제나 그 앞에서 겸허했다. 그 흔한 점보기도 없었고 사주를 보는 일조차 없었다. 이런 때문에 노하셔서 늦게 주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들끼리 의논을 했건, 아니면 줄다리기했건, 우리는 숙명을 받아들였다. 있으면 더욱 좋고 없어도 신의 뜻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받아들일 마음으로 담담히 염원으로만 일관했다. ‘에이꼬’의 기도는 의사의 처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므로 가름 되었고 난 마음을 모아 하늘에 간절히 바라는 애원의 나날을 보내는 지성을 들임으로 가름 되었다.

오 년이란 세월은 ‘이이꼬’의 시어른이 계셨다면 도저히 용납되지 않을 긴 세월이지만 난 내색 없이 담담히 ‘에이꼬’를 대했고 우리는 언제나 신접살이같이 재미있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엔 작은 먹구름이 끼어 흐려있었다.

오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갠 내 마음, ‘에이꼬’의 마음이다.

꿈이 깨어질까, 싶어서 한동안 서로 입으로는 밖으로 내색하지 않기로 했다. 혹 어느 신의 시샘으로 잘못이라도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난 지금 날아갈 것 같다. 거짓말 같다. 그래서 함께 병원에 가서 확인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다.

얼마 만인가 이 소식! 우주 창조의 기쁨을 어느 누가 알리오! 오 하느님 감사 하나이다! 오 조상(祖上)님 기뻐하소서!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형제자매들이여 이 소식 전하리다. 크게 외쳐서 들리게 하리라.

불현듯이, 아득한 옛날의 선조로부터 이어지는 나, 내 상상의 끝에서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조상들 앞에 시공(時空)을 넘어 조아리고 있다. 애끓는 평생을 당신의 도리를 다하시려 만난(萬難)을 무릅쓰고 얻은 자식이 낳은 손자를 못 잊고 꼬부라진 허리에 뼈와 거죽만 남은 한 손을 뒷짐 지고 오목눈을 비비며 바라보실 할머니, 많은 자식을 두었어도 어느 한 자식의 도움을 받기는커녕 눈앞에서 앞서 보내시며 통한의 눈물을 흘린 아버지, 홀연히 증발해 버린 나를 생각하며 숯덩이 가슴을 치며 창밖을 내다보실 어머니, 당신들의 씨가 여기 하나 떨어지려 하나이다! 부디 굽어살피소서! 그리고 돌보아 주소서!

비로써 나를 알게 하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다. 죄인인 저에게 이렇게 크신 은혜와 총애를 내리시니 저는 당신의 뜻대로 되려고 다짐 하나이다.

오직 섭리를 깨닫는 당신의 자식이 되게 하소서!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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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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