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눌려 있어야만 할 것 같은
개운치 않은 퇴원 날
일상을 털고 훌쩍 떠나는 것 같은
가벼운 마음 퇴원 날
희비의 교차 퇴원 날이다.
아내는 모르는 일
조카가 귀띔해 준 말
담당의가 일러준 그 말
림프샘 사십 개에 세 개가 암세포로
전이(轉移)된 삼기 위암,
영 마음에 걸리지만 어쩔 수 없는 것.
내 힘으론
세 개의 전이된 암을
제거할 수 없으니
그것도 모르는
아내가 가엽다.
그래도
이제 한고비 넘으면서,
위로의 전화를 주신 분
병문안 걸음을 하신 분
모두에 감사할 따름이다.
되돌아오지 않을
작은 병이었으면,
입에 다시 담지 않을
없어질 병이었으면
나는 하늘을 날겠건만.
아내에게 모든 일 털어놓고
함께 날겠건만.
다시 밟고 싶지 않은 병원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의사
그래도 우리는 이제부터
병원에 코 꿰인 부부.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