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46.970817 솔향기
솔밭에 가면
아내의 병이 나을 것 같아서
머지않은 '남한산성'에 간다.
솔향기 짙게 바람 머무는 곳
여기가 우리 집이라면
우리만의 향이었으면
우리 가슴이 트일 터인데.
솔 냄새 들이킨
아내의 세포가
암세포를 에었으면
좋겠다.
욕심 없어
내리는 비 그대로 맞고
시샘 없어
이웃 기웃거리지 않고
고마워서
난 대로 생긴 대로 있고
어울러서
제자리 지키는
아름드리 소나무는
천수를 다하는데
아픈 데가 없는데.
남 도운 아내는
왜 저리 울고
어버이 속 후빈 나는
왜 이리 멀쩡한가.
무엇을 깨쳐야 합니까.
자리 깔고 누워
지난날을 소나무에 묻는다.
머리위에
새파란 하늘 조각이
짙푸른 소나무 잎을 뚫고
잡힐 듯 손짓하며
우리의 지난 조각들을 앗아간다,
머리 밑에선
바위틈 흐르는 물소리 들리는데,
시골 집 잔디밭에 돋은 잡풀이
솎는 내 손끝에 매달려서
나도 여기 물 먹고 자란다고
하소하누나.
소나무도 제 나름
잡풀도 제 나름
사람도 제 나름
대신할 수 없어서
다시 소나무를
올려 본다.
몇 백 년을 산 소나무도
땅위에 그대로 서 있고
며칠을 산 잡풀도
땅위에 그대로 서 있는데
우리는 몇 시간이 고작이고
어느새 발길을 옮기니
나무와 풀은 그저 다른 종인가 싶어서
잎을 흔들어 배웅할 뿐이다.
그런데도 아내는 속으로만 울고
그런데도 나는 몸으로만 때운다.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