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향기

외통넋두리 2008. 11. 29. 08:40

글 찾기 (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솔향기



6746.970817 솔향기

 

 

솔밭에 가면

아내의 병이 나을 것 같아서

머지않은 '남한산성'에 간다.

 

솔향기 짙게 바람 머무는 곳

여기가 우리 집이라면

우리만의 향이었으면

우리 가슴이 트일 터인데.

 

 

솔 냄새 들이킨

아내의 세포가

암세포를 에었으면

좋겠다.

 

 

욕심 없어

내리는 비 그대로 맞고

시샘 없어

이웃 기웃거리지 않고

고마워서

난 대로 생긴 대로 있고

어울러서

제자리 지키는

아름드리 소나무는

천수를 다하는데

아픈 데가 없는데.

 

남 도운 아내는

왜 저리 울고

어버이 속 후빈 나는

왜 이리 멀쩡한가.

 

무엇을 깨쳐야 합니까.

 

자리 깔고 누워

지난날을 소나무에 묻는다.

 

 

머리위에

새파란 하늘 조각이

짙푸른 소나무 잎을 뚫고

잡힐 듯 손짓하며

우리의 지난 조각들을 앗아간다,

 

 

머리 밑에선

바위틈 흐르는 물소리 들리는데,

시골 집 잔디밭에 돋은 잡풀이

솎는 내 손끝에 매달려서

나도 여기 물 먹고 자란다고

하소하누나.

 

 

소나무도 제 나름

잡풀도 제 나름

사람도 제 나름

대신할 수 없어서

다시 소나무를

올려 본다.

 

몇 백 년을 산 소나무도

땅위에 그대로 서 있고

며칠을 산 잡풀도

땅위에 그대로 서 있는데

우리는 몇 시간이 고작이고

어느새 발길을 옮기니

나무와 풀은 그저 다른 종인가 싶어서

잎을 흔들어 배웅할 뿐이다.

 

그런데도 아내는 속으로만 울고

그런데도 나는 몸으로만 때운다. /외통-

 

 



'외통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료의목적  (0) 2008.11.30
항암제  (0) 2008.11.29
퇴원  (1) 2008.11.28
삶은 움직임  (0) 2008.11.27
회복  (0) 2008.11.27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