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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밭에 가면 아내의 병이 나을 것 같아서 머지않은 남한산성에 간다. 솔 향기 짙은 바람 머무는 곳 여기가 우리 집이라면 우리만의 향이었으면 우리 가슴이 트일 터인데. 솔 냄새 들이킨 아내의 세포가 암세포를 에었으면 좋겠다. 욕심 없어 내리는 비 그대로 맞고 시샘 없어 이웃 기웃거리지 않고 고마워서 난 대로 생긴 대로 있고 어울려서 제자리 지키는 아름드리 소나무는 천수를 다하는데 아픈 데가 없는데. 남 도운 아내는 왜 저리 울고 어버이 속 후빈 나는 왜 이리 멀쩡한가. 무엇을 깨쳐야 합니까. 자리 깔고 누워 지난날을 소나무에 묻는다. 머리 위에 새파란 하늘 조각이 짙푸른 소나무잎을 뚫고 잡힐 듯 손짓하며 우리의 지난 조각들을 앗아간다, 머릿밑에선 바위틈 흐르는 물소리 들리는데, 시골집 잔디밭에 돋은 잡풀이 솎는 내 손끝에 매달려서 나도 여기 물 먹고 자란다고. 호소하누나. 소나무도 제 나름 잡풀도 제 나름 사람도 제 나름 대신할 수 없어서 다시 소나무를 올려 본다. 몇백 년을 산 소나무도 땅 위에 그대로 서 있고 며칠을 산 잡풀도 땅 위에 그대로 서 있는데 우리는 몇 시간이 고작이고 어느새 발길을 옮기니 나무와 풀은 그저 다른 종인가 싶어서 잎을 흔들어 배웅할 뿐이다. 그런데도 아내는 속으로만 울고 그런데도 나는 몸으로만 때운다.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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