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침대의 백포(白布)가
아내를 하얗게 칠해 가던 때,
수술실 문 앞에서
내 마음도 몸도 함께
하얗게 물들었다.
물기 없는 눈망울에 나를 집어넣고
죽음의 문턱을 넘어갈 때
잡은 손이 그래도 따스했다.
손을 놓아 보내는
내 하얀 가슴에, 다시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다.
손잡았다 놓았을 뿐
아무 말 못 했는데
저녁 여덟 시 악몽에서 깨어.
지워지지 않던
위벽의 암갈색 혹을
내 마음에서 지웠다.
백포는 가슴에 멈추어
아내의 삶을 보증하였고
아내는 나와 눈을 맞추었다.
억겁(劫)의 기다림 여섯 시간
함께 마취되어 세상은 노랗게
허허로운 벌판으로 변했었다.
병마에 사로잡힌 아내
이제, 종기를 도려냈으니
질곡의 삶을 벗으리라.
아내, 눈엔 물기 가득
나, 두 손을 모아 비니
무지개 떠서 아롱진다.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