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겼으면 없어지는 것 암인들 벗어나랴. 부실이 병을 얻었으니 알차면 억누를 일인데 내가 아프다고, 남이 그런다고, 의사 권유대로, 세상 이야기로, 흔들리고 못 참으면 내 것 아닌 남의 삶인 것. 뭇입에 귀 기울이고 뭇 눈에 몸매면 몸부림은 의지와 어긋나 남의 짓 마음은 늘 허전한 것. 참으면 없어지나! 흐르면 나아지나! 아내 제 몸 못 지켜 남이 아내 헤집는데 난, 초록 옷이 성한 아내인 듯 엎드려 절하고 싶네. 종합검진이라 하여 믿었어도, 더 좋은 곳 없다 하여 다녔어도, 거르지 말라 하여 해마다 받았어도, 다 헛되이 때 놓친 병 덩어리. 삼기 암 몰랐단 말인가? 말기 암을 만들려 방임했단 말인가? 내 입은 지금에, 없는 것 다만 초록의 옷, 그들의 입만이 뱉는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말 말. 울화를 삭이고 삼키는 나 어제는 흰옷의 말 지금은 초록 옷의 말 다만 쫓을 뿐이다. 오후 두 시 반, 아내의 손을 놓아 보내니 부옇게, 수술실은 까마득히 멀리 가고 넓어지는 복도에는 빈 의자만 사람도 의자도 싹 사라졌다. 시곗바늘은 멈추고 내 고동 소리도 멈췄다. 생사를 남의 손에 맡겨놓고 어찌 돌아올 때인들 채근할 수 있으며 조급한 심사인들 호소할 수 있겠는가. 대척(對蹠)인 생사인데 생만 바라보니 무담보 시술은 확률만 커 보이네. 긴 날은 일순에 가고 허울만 남아서 오그라드는데 인연의 실체들만 나를 에워싸네. 오늘에 와서. 피를 나눈 형제는 미래에 떨며 차를 마신 친구는 허리에 찬바람 느낀다. 실향의 일족(一族)은 세월을 쥐고 내 발판 된 인척은 인연의 무상을 세는데. 다만 고마워 조아리는 나 아내의 밥통(胃)만 어루만지네. 바늘도 없다. 추도 없다. 시계는 아예 아내의 핏줄인 양 빨갛게 흐르지만 예정된 시간은 까맣게 숨어있다. 내 심장의 핏방울이 점점이 일곱 시를 찍었는데, 아내의 얼굴은 볼 수가 없구나. /외통-
6742.970728 수술 2. 아내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