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42.970728 수술 2
생겼으면 없어지는 것
암인들 벗어나랴.
부실이 병을 낳았으니
알차면 억누를 일인데
내가 아프다고,
남이 그런다고,
의사 권유대로,
세상 이야기로,
흔들리고 못 참으면
내 것 아닌 남의 삶인 것.
뭇 입에 귀 담고
뭇 눈에 몸매면
몸부림은 의지와 어긋나 남의 짓
마음은 늘 허전한 것.
참으면 없어지나
흐르면 나아지나.
아내 제 몸 못 지켜
남이 아내 헤집는데
나는,
초록 옷이 성한 아내인 듯
엎드려 절하고 싶네.
종합검진이라 하여 믿었어도,
더 좋은 곳 없다하여 다녔어도,
거르지 말라하여 해마다 받았어도,
다 헛되이 때 놓친
병 덩어리.
삼기 암 몰랐단 말인가
말기 암을 만들려 방임했단 말인가
내 입은 지금에, 없는 것
다만 초록의 옷, 그들의 입만이 뱉는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말 말.
울화를 삭이고 삼키는 나
어제는 흰옷의 말
지금은 초록옷의 말
다만 쫓을 뿐이다.
오후 두시 반,
아내의 손을 놓아 보내니
부옇게,
수술실은 까마득 멀리 가고
넓어지는 복도에는 빈 의자만
사람도 의자도 싹 사라졌다.
시계바늘은 멈추고
내 고동소리도 멈췄다.
생사를 남의 손에 맡겨놓고
어찌 돌아 올 때인들 채근 할 수 있으며
조급한 심사인들 호소 할 수 있겠는가.
대척(對蹠)인 생사인데 생만 바라보니
무담보 시술은 확률만 커 보이네.
긴 날은 일순에 가고
허울만 남아서 오그라드는데
인연의 실체들만
나를 에워싸네.
오늘에 와서.
피를 나눈 형제는 미래에 떨며
차를 마신 친구는 허리로 찬바람 느낀다.
실향의 일족(一族)은 세월을 쥐고
내 발판된 인척은 인연의 무상을 세는데.
다만 고마워 조아리는 나
아내의 밥통(胃)만 어루만지네.
바늘도 없다.
추도 없다.
시계는 아예
아내의 핏줄인양 빨갛게 흐르지만
예정된 시간은 까맣게 숨어있다.
내 심장의 핏 방울이 점점이
일곱 시를 찍었는데,
아내의 얼굴은 볼 수가 없구나.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