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자아(自我) 완성의 길목,
세 팩의 수혈(輸血)이
아직은 싸늘하다.
흰 침대보는
거부의 명분을 앗고,
흰옷의 의사는
혼조차 저당 잡는데,
핏줄은 탯줄인 양
길게 늘였지만
피눈물을 삼키는
아내
마음은 나를, 우리를
멀리 배웅하누나.
오늘은 CT. MRI 또 초음파.
가공(加工)할 생명은
궤도(軌道)를 도는데
이제
자아의 실현은 유보(留保)되고
다만 병원의
가공품.
천정의 궤도에 오가는 기록부는
하늘에 오르는 두레박인 듯,
형광에 차단된 적출(摘出)물은
명부(冥府)에 보내는 증거인 듯.
생(生)과 사(死)
그 공정(工程)에 들어선
아내 애처롭다.
아들아!
위로의 말도 찾지 말라
아양 떨 계제도 없으니
그저 엄마와
눈만 맞추려무나.
새 아가!
몸 둘 곳 찾지 마라
그냥 있는 대로
그저 살갑게
어머니 곁에 다가서려무나.
딸아!
네 앞날의 무지개를
엄마에게 새겨라.
그래, 엄마 우리
서로의 배웅에서
쉬이
새털구름 탈 테다.
사위야!
울지마라!
씨암탉 붙들어 놓았으니
이제 사랑의 잔 들고
안주 삼을 터
내, 다지느니
우리, 밝은 그날
꼭, 그날을 맞자./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