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입성(入城)했다.
병(病) 무관(無關)의 큰 방.
병마(病魔)의 요술(妖術)이
예까지 데려왔나.
가랑잎 돈 마술(魔術)로
이토록 넓혀놨나.
나 모르겠네,
병원 장삿속 보이네.
돈 기갈과 암 기갈(飢渴)을
궁전(宮殿) 같은 이 병실에
채울성싶어서
그저 멍하다.
가랑잎만 보여
어안이 벙벙하다.
아들 내외도 옮겼다.
웃음은 접어 봇짐에 싸고
근심만 가득 어깨에 메고
지은 죄 없이 문지방 밟네.
효(孝)는 말이 아니고
행(行)이기에 그렇단다.
아들아! 아기야!
내 탓이구나.
낯선 병실이 내 집 되니
정은 남의 이야기,
정은 내게서 멀리 있고
내 일만 두려운데
아들네 정 붙일 곳 잃고
빈집만 남겼네.
손때 묻힐 데도
입김 서릴 곳도
없는, 모두는
가상(假象)의 내 집
부자(父子)의 공허(空虛).
아내의 나락(奈落)./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