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선
8층 높이 유혹이 걱정
걸을 때는
차바퀴가 당길까 걱정
노심초사
모두 아내의 그림자.
사람 죽고 암도 죽고.
그러다 암만 죽으면
병원이 암을 고쳤고,
그러다 사람 죽으면
사람 수명이라 하고,
땅 짚고 헤는, 수술
내 말 못 하면서
어금니만 아프다.
둘 중의 하나,
방사선치료 받는다더니
의사는 말을 먹고,
슬며시 약물로 다스린다.
아마도 의사들 의견이
그렇게 합쳤나 보다.
그런데, 지금
나는 다른 쪽 치료에
더 관심을 두게 되니
이것이
얄팍한 인심인가 보다.
이 길을 가면,
저 길이 좋아 보이고
저 길을 가면,
이 길이 좋아 보이는,
암 치료의 길에선
두 가지 병행 못하니
이는 아내의 운명을
‘제비 뽑는’ 것일까?!
하긴, 용한 사람이
삶을 제비 뽑는 치료,
이 한계의 사람에게
아내를 맡긴 것이니
누구보고 원망하랴!
간호사가 전해 주는
예상 증후(症候) 보고
떨고 있는 아내에게
내 위로의 말은 없고
옆에서 지켜만 볼 뿐.
베란다 가까이 가도
내 가슴은 내려앉고
부엌에 머리만 돌려도
조여드는 애끓는 나,
아내 마음 한 치 앞
장담할 수 없을 뿐.
이런 주사 맞는 아내,
암도 죽고 나도 죽는
길에서, 요행 아내 살고
암도 죽고 나 죽는다면
참, 요행으로 좋으련만,
병마는 아내 키를 넘고
이어 기승을 부리니
죽고만 싶은 아내를
내 달랠 길 없어서
내가 오히려 외롭다.
이렇게 힘든 삶인데.
벗어날 기약이 없이
나날만 잇는 삶인데,
아내가 더 애처롭다.
일본에서 보내온 들나물도
시골에서 보내온 어성초도
시장에서 걷어온 시래기도
천하의 돈뭉치 상황버섯도
그냥 남아 기다리고 있는데
더해, 병원 약만 한 보따리.
이를 바라보는 아내의 눈과
내 눈은 오늘도 맞추지 않네.
아내 먼 산 하늘 바라보고
나, 아내 발 옮김 지켜볼 뿐
옮기는 곳이 방이면 안도
옮기는 곳이 밖이면 초조
내 마음 암으로 정복된다.
방마다 초인종 달아놓고
방마다 자리를 마련하고
이방 저방 옮겨 다니고
온 마루 이리저리 기며,
아내, 마냥 겨운 삶이다.
머리를 벽에 부딪고
내장을 훑는 구토가
번갈아 닥치는 오늘.
앞으로 이런 나날이
끊이지 않을 것인데.
이것, 진정 삶의 모습
나의 감추어진 모습
다가온다.
식구는 우글거려도
쥐 죽은 헛간처럼 고요
아내의 울부짖음만이
천장과 하늘을 뚫는다.
주사 맞고 나오는 날은
그런대로 먹고 마셨는데
오늘은 벌써 식음 전폐,
아내 삶은 하루가 일생.
오늘을 잘 지내는 것이
아내 가장 큰 희망이다.
나, 창밖을 내려 보면서.
아내 심경 헤아려 본다.
아내가 벌써 구역질한다.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