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 기기(器機)가
어찌 병 치료하는지
알 필요는 없겠다.
왜 병들었는지도
전혀 모름과 같이
하늘의 조화리라.
아내는
방사선 치료 이치
어렴풋이 아는지
해서. ‘카본’기기로
세포를 죽인다고.
믿게 되었나 보다.
태양의 힘 닮았다고
인공일 따름이라고
생각되었나 보다.
내가 뭐래도, 마냥
아내는,
아내 제 생각대로다.
병마를 손에 쥐고
눈앞에서 진멸(盡滅)
꼭 보고 싶어서다.
‘카본’ 발열 기기(器機),
튀기는 불꽃은
그 음양(陰陽) 극이
우주에서 비롯되니
아무렴.
온전히 낫기
만을
바라는 아내가 그저
꾸밈없어 마냥 곱다.
어쩌면 옳을 것이다.
의사가
방사선 치료가 아닌
화학치료를 택했으니
아내는 방사선 대신
‘카본’ 열에
그 효과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등만 쪼여 달랬을 것이다.
밥통에다 정조준해서
쏘고 싶을 것이다.
‘림프샘’이
집중된 양 어깨는
위(胃)에서 멀리 있다고
여겨서 일겠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아
일본의 본포(本鋪)로 가서
세 대의 기기로 한목에
조사(照射)한다는데,
그것이
아내 생각대로만 됐으면
난 춤추겠는데.
내 어제와 오늘이
‘카본’처럼 새까맣다./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