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덥지 않은 몇 달
못다 한 아쉬움을
달래는 날은 좋았다.
아내는 형제들과
가까운 곳, 먼 곳에
며칠씩 나다녔다.
오월,
연록의 새잎이
생기를 뿜을 때
잎을 뚫는 햇빛이
암세포 죽인다며
아내는 흡족했다.
녹음(綠陰) 헤치며
산바람을 타고
바닷바람 들이켰다.
산다는 것, 바로
그것만은 기쁘다.
한데, 부푼 날은
오래 가지 않았다.
누렇게 떠서
부항기가 보이는데
큰 병원에는 아주
이제는 가기 싫단다.
동네 병원에선 감기라고,
아내를 돈뭉치라며,
붙들고 놓지 않았다.
감당할 수 없는 그
나날을 까먹고서야!
큰 병원에 가 보란다.
처음부터 병력(病歷)을
죄다 알렸는데도
의사는 모른 척
감기만 뇌까렸다.
의사의 본성인가?
그래도 감기라고
위안받는, 아내는
짧은 기간이 좋았다.
꿈속을 거닐던 날은
고작 여섯 달뿐인데.
지리산 북녘 기슭에
방도 얻어 두었었는데.
병세라도 웬만하면
산에 가서 살기로,
병마가 기승부리면
산(山) 사람 되려는데.
치료 지침 수많은 책.
산에 가면 살고
병원 가면 죽는다는,
어느 한 권의 주장
믿어, 믿고 싶다.
그 글귀만을 믿어
줄곧 산으로만 돌았다.
큰 병원에 갈 날은
아직 몇 달 남았기에.
그런데 황달이 웬 말
그런데 전이(轉移)의 조짐
대놓고 말 알 수 없다.
신명께 진심을 모아
빌 뿐이다.
신이시여,
어찌 하올까?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