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51.980830 황달(黃疸)
미덥지 않은 몇 달이지만
못다 한 아쉬움
달래는 날은 있었다.
아내는 형제들과
가까운 곳, 먼 곳에
며칠씩 나 다녔다.
오월
연록의 새 잎이
생기를 뿜을 때
잎을 뚫은 햇빛이
암세포를 죽였다. 고
아내는 믿어
흡족했다.
녹음을 헤치고
산바람을 타고
바닷바람을 들이 겼다.
산다는 것
그 것이 기쁘다.
헌데.
부푼 날은
오래 가지 않았다.
누렇게 떠서
부항기마저 보이는데
큰 병원에는
이제 가기 싫단다.
작은 병원에선 감기라고,
아내를 돈이라고,
붙들고 놓지 않았다
감당할 수 없는
나날을 까먹고서야
큰 병원에 가 보란다.
처음부터 병력(病歷)을
알렸는데도
의사는 모른 척
감기만 뇌까린다.
의사의 본성인가 !
그래도 감기로
위안 받는,
그 짧은 기간이 좋았다.
감기쯤이야 하고.
꿈속을 거닐던 날은
고작 여섯 달.
지리산 북녘기슭에
방도 하나 얻어 두었었는데.
병세가 그만하면
산에서 살기로
병마가 잦아지면
산사람 되기로.
치료지침담은 수많은 책.
산에 가면 살고
병원에 가면 죽는다는
어느 한권의 주장
믿고 싶다.
그 말을 믿어
줄곧 산으로만 돌았다.
큰 병원에 갈 날은
아직 몇 달 남았기에.
그런데 황달이
그런데 전이(轉移)의 조짐이,
대놓고 말 알 수 없다.
신명께 신심을 모아
빌 뿐이다.
신이시여
어찌 하오리까?!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