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생각에, 나 혼자 히죽이 작은 웃음을 지을 때가 더러 있는데, 이럴 때 내가 생각해도 좀 멋쩍다. 하지만 생각은 그대로 생각일 따름이니 그대로 이어 달리겠는데, 이것이 남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 그만 다행한 일이다.
내가 만일 세상의 지극히 작은 어느 한 분야라도 내 마음대로 할 힘이 있었다면 모름지기 어떤 방법으로든 시험하고 시도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치고, 그래서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런 재주를 내려주지 않는다고 하며 또 한 번 히죽이 웃는다.
만약 사람이 모두 같다면, 생각도, 행동도, 목적도 오로지 한 곳으로 지향한다면, 이 세상은 난장판이 되고 곧 끝장이 날것이다. 어느 날 어느 시점에 그렇게, 모든 사람이 일시에 움직이기 시작하고 한 곳으로 진행하면서 한 가지 목표를 덮친다면 그 순간에 파국이 올 것인데, 묘하게도 이 세상 것은 하나도 같은 것이 없도록 만들어졌으니 탄복할 노릇이다. 이 오묘한 이치를 우리는 잊고 있다. 그러려니 생각할 따름이다.
한대, 우리는 물건을 똑같이 찍어내는 기술 말고는 별로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 이를테면 만물이 하나같이 다른 것에 비하여 사람이 만든 것이란 종류별로는 다를까만 한 종류의 물건은 그 하나하나가 똑같다는 것에서 인성의 이탈을 맛보게 된다. 물건도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들은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데 사람의 손이 아닌 기계의 손으로 만든 것은 똑같다는 평범한 사실에서 평범하지 않은 진리를 찾고 싶은 것이다.
사람은 관절을 움직여서 물건을 만들지만, 마음에 따라 움직이는 관절은 그저 마음의 기계 노릇을 할 따름이니 그 기계의 관절과 사람이 만든 기계의 관절이 같지만, 각 사람은 마음속이 결코 같을 수 없는 섭리의 오묘함이 새겨져 있다고 보아서 흥미롭고 또한 신비롭다.
사람마다 다른 개성이 시공을 통해서 정연하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지금 나와 함께 사는 이 세상 사람과 이전의 모든 시대의 사람의 개성이 모두 다르고 또 앞으로의 탄생할 모든 시대의 사람의 개성이 모두 다르다고 생각하면 이런 정연한 질서를 어떻게 생각할까? 태초부터 영겁의 세월을 통하여 그 중이 같은 사람이 한 쌍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신이 실패작일 것이다. 그러나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 자명하다. 왜냐하면 그런 실수는 신의 절대성에 흠결(欠缺)을 일으키는 모순의 가설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살 가치를 찾았다고 환희에 넘치는 것이다. 만약 나하고 똑같은 사람이 있다면 난 그와 나 사이에, 앞에 서거니, 뒤에 서거니 하며 일생을 다투어야 하고, 우열을 가려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하나는 소멸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개체성이 이루어지기 때문인데, 이런 점에서 난 또 길길이 뛰며 환호한다. 얼마나 다행하고 얼마나 마음 든든한가? 난 온전한 개체로서 어느 사람과도 겨룰 수 없는 독보적 존재로서, 우주를 품고 있는 턱이다. 그런가 하면 먼지만 하게 작지만, 무엇과도 비길 수 없고 같을 수 없다. 내게 뚫고 들어올 어느 다른 개체도 없거니와 더욱이 나와 동질화를 용납하지 않는, 이 섭리는 그래서 또한 오묘하다.
생각은 자유롭다.
그래서 또한 가없이 존귀하다.
난 그대로 홀로 존재하는 신의 걸작일 따름이다./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