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여름
푸른 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들이
새삼 고마워서
"나무야, 나무야"
친구를 부르듯이
정답게 불러 봅니다
나의 땀을 식혀 주는
한 줄기 바람이
새삼 고마워서
"바람아, 바람아"
노래를 부르듯이
정답게 불러 봅니다
장마 뒤에
쨍쨍 내리쬐는 햇볕이
새삼 고마워서
"해님, 해님"
하느님을 부르듯이
반갑게 불러 봅니다
해 아래서
해에 익은 둥근 수박
여럿이 나누어 먹으면
크게
넓게
둥글게
열리는 마음
지구 모양의 수박을
먹을 때마다
지구 가족
우리 가족
하나 되는 꿈을 꾸는
고마운 여름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