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달
강원도의 깊은 산골에서
내가 태어날 무렵
어머니가 꿈속에서 보았다는
그 아름다운 달
고향 하늘의
밝고 둥근 달이
오랜 세월 지난 지금도
정다운 눈길로
나를 내려다보네
'너는 나의 아이였지
나의 빛을 많이 마시며 컸지'
은은한 미소로 속삭이는 달
달빛처럼 고요하고
부드럽게 살고 싶어
눈물 흘리며 괴로워했던
달 아이의 지난 세월도
높이 떠오르네
삶이 고단하고 사랑이 어려울 때
차갑고도 포근하게
나를 안아주며 달래던 달
나를 낳아준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그리고 또 어머니
수많은 어머니를 달 속에 보네
피를 나누지 않고도
이미 가족이 된 내 사랑하는 이들
가을 길 코스모스처럼 줄지어서
손 흔드는 모습을 보네
달이 뜰 때마다 그립던 고향
고향에 와서 달을 보니
그립지 않은 것 하나도 없어라
설레임에 잠 못 이루는 한가위 날
물소리 찰랑이는 나의 가슴에도
또 하나의 달이 뜨네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