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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을 깎다가 문득 처음 만난 듯 반가운 나의 손 매일 세수하고 밥을 먹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글을 쓰면서도 고마운 마음을 잊고 살았구나 "미안해" 밭에서 일할 때면 다섯 손가락 사이좋게 함께 땀 흘리며 기뻐했지? 바다에서 조가비를 줍거나 산 숲에서 나뭇잎을 주울 때면 움직이는 시가 되었지? 사이가 나빠진 친구에게 내가 화해의 악수를 청할 때 맑고 고운 정성을 모아 누군가를 위해 기도드릴 때면 더욱 따스한 피 고여 오며 흐뭇해하던 나의 손 눈여겨보지 않았던 손마디에, 손바닥에 흘러가는 내 나이만큼의 강물을 조용히 열심히 들여다보며 고맙다, 고맙다 인사하는 내게 환히 웃어주는 작지만 든든한 나의 손, 소중한 손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