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보내왔던 폭설을 재워놓듯
산동백 필 때마다 그곳을 다 뒤덮던
목젖도 노란 3월이
하늘 닿듯 내게 와서
해종일 대숲 앞에 사운대는 바람이랑
한 묶음 편지처럼 절 마당에 내려앉는
멧새들 날아간 자리
볼이 붉어 서 있다 /김광순
산동백은 생강나무다. 경기 강원 지역에서는 '동백'이라 불렀다. 김유정 소설 '동백꽃'의 표지가 노란 꽃이었던 것도 그래서다. 동백꽃은 산수유와 비슷하지만 알싸한 생강 내를 풍겨 구분된다. 소설 속 점순이가 짐짓 쓰러질 때의 알싸한 향이 꼭 꽃 때문만은 아닌 듯도 싶지만….
봄물 소리가 날로 높아진다. 짝짓는 개구리들 품고 산마을 개울들마저 덩달아 알싸해지나 보다. '사운대는 바람이랑' 설레는 마음 들고 '한 묶음 편지처럼' 꽃 아래 모여들 사람들 많겠다. '산동백 필 때마다' 뒤덮던 노란 꽃편지로 산허리들도 더 알싸해질 것이다. 혹여 남은 꽃샘이 또 친들 일없다고 필 꽃은 다 필 것이다.
'목젖도/노란 3월', 동백처럼 제 몫의 봄을 열심히들 피우리라. 봄은 그렇게 겹겹 추위 이겨내고 피우는 것. '볼이 붉어 서 있'던 그 절 마당에도 봄내 한껏 오르겠다.// 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