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원(屈原)이 추방되어 방황할 때 마음고생이 심해 예전모습이 없었다. 어부(漁父)가 귀한 분이 어째 여기서 이러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세상이 다 흐리고 취했는데 자기만 제정신이어서 쫓겨났노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어부는 '빙그레 씩 웃고(莞爾而笑)' 뱃전을 두드리며 떠나가 그와 더 얘기하지 않았다. 이때 완이이소는 '아직 더 있어야겠구나' 하는 냉소를 띤 웃음이다.
공자가 제자 자유(子游)가 다스리던 무성 (武城)에서 음악 소리를 듣고 빙그레 웃었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는구나." 자유가 입이 나와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했다고 하자, "그래 그래! 네 말이 옳다. 농담 한번 했다"고 대답했다. 이 완이이소는 '녀석 제법인걸' 하고 흐뭇해 흘리는 웃음이다.
빙그레 웃는 웃음이 연일 화제다. 중국 산시성은 수십명이 죽은 교통사고 참사 현장에서 연신 웃은 전 안전감독국장에게 징역 14년 형을 선고했다. 그 웃음에 분노한 사람들이 매번 명품 시계를 바꿔 찬 사진을 찾아 고발했다. 그는 뇌물수수죄로 처벌을 받았다. 웃지만 않았어도 아무도 그의 시계에 관심을 갖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인 어머니를 79차례나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18세 미국 소녀는 법정에서 방송 카메라를 향해 자꾸 빙그레 웃다가 모든 사람에게서 웃음을 지워버렸다. 내란 음모로 구속되는 순간까지 부부보다 다정하게 당 대표와 손을 잡고 사람 좋은 미소를 잃지 않던 현직 국회의원이 구속 하루 만에 독한 표정으로 앙칼진 욕설을 퍼붓자 사람들이 본심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시인 김동환의 '웃은 죄'라는 시다."지름길 묻기에 대답했지요/ 물 한 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주고/ 그러고는 인사하기에 웃고 받았지요.//평양성에 해 안 뜬대도/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다들 웃기는 했는데 최근의 몇 웃음은 제때를 찾지 못했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