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고막 싱싱하고 팽팽한 장구나 북같이 소리가 오면 힘차게 나를 불러주던 고막이 이제는 곳곳에 늙은 주름살만 늘어 느슨하게 풀어진 채 소리를 잘 잡지 못한다.
나이 들어 윤기도 힘도 빠진 한 겹 살, 주위에서는 귀 검사를 해보라고 하지만 그런 것 안 해도 알지, 내가 의사 아닌가. 그보다는 늙은 고막이 오히려 고마운걸. 시끄러운 소리 일일이 듣지 않아도 되고 잔소리에 응답을 안 해도 되는 딴청,
언제부턴가 깊고 은은한 소리만 즐겨 듣는다. 멀리서 오는 깨끗한 울림만 골라서 간직한다. 내 끝이 잘 보이는 오늘 같은 날에는 언젠가 들어본 저 사려 깊은 음성이
유난히 크게 울리는 사랑스런 내 귀. /마종기
나이가 들면서 귀가 조금씩 멀어지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몸에 주름은 늘고 탄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감각 능력의 무너짐은 산기슭에 흘러내리는 흙의 형편과 다를 바 없다. 직업이 의사인 이 시의 화자도 점점 듣는 기능이 떨어져 고민이 많다. 그러나 늙은 고막을 갖게 된 것이 다행다복 아니냐고 말한다. 말씨가 우악스러운 것을 소상히 듣지 않아도 되고, 또 게으르게 넌지시 딴청을 피울 수도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으냐는 것이다. 조용조용하게 빛나면서 물결 쳐 오는 부드러운 소리만을 선택해서 듣게 되었다고도 말한다. 말끔하고 고운 음색(音色)만을 듣게 되었다고도 말한다. 완전하고 촘촘한 것보다 미진하고 엉성한 것이 나을 때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문태준 시인/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