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이력서
산골 마을 이름 없는 훈장의 딸로
걸핏하면 글썽대어 귀찮던 눈물
초동의 구슬픈 풀피리 소리에
달을 두고 별을 두고 맹세하였다
밭두렁에 엎드려 쑥을 캐는 봄
나무꾼 지게 위에 흔들리던 두견화
산모퉁이 돌아서 사라진 후에도
가슴에 얼비치어 울렁거리고
수군대는 소문이야 지나가면 그뿐
충직한 머슴을 새겨 두었다가
눈빛을 맞추어 약속한 밤에
보따리 싸 들고 도망을 쳤지
온 동네 발칵 뒤집히던 난리
그 자리에 목을 매어 죽어 버릴까
검푸른 저수지 물귀신처럼
이를 앙다물고 뛰어내릴까
익모초 생즙보다 쓰고 진하게
피어나던 그 봅
평생의 절정
/이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