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입니다
지하철 3호선 1번 출구로 곧장 나가면
마주치는 간판이 있다. oo정신과 병원
집으로 휘어드는 골목 어귀에서
엿보는 사람 없는 지 휘휘 둘러본다
사는 게 시시해요, 다들 우습게 봐요
의사는 서슴없이 선고를 내릴 거야
무쇠도 주저앉아 삭아 버릴 말
‘퇴행성입니다’
어림도 없지
그럼 절정은 언제였느냐,
그것이 내게 있기는 했느냐
나는 찬란한 꼭짓점을 그리워하면서
무섭게 그를 닦아세울 것이다
마파람에 구린내 풍기듯 빨랫줄마다
아무개가 미쳤단다, 소문이 널리겠지
기어코 미치고야 말겠지
정말로 깔보겠지
죽기 전에 벌써 죽고 없겠지
서울 메트로 3로선 내렸다 하면 거기
그냥 못 본 척 씩씩하게 지나간다
퇴행성을 넘어서 활개 치며 전진한다
/이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