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와 나
소년 시절 꿈속에서
긴 밧줄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다
그만 떨어져 땅에 곤두박질쳤다
그런 날 오후
폭음과 함께 날아가 버린 날개 한쪽
나의 날개는, 나의 날개는
외쳐 보았지만
끝없이 헤매고 찾아보았지만
먼 산의 메아리 귓전 울릴 뿐
운명의 불화살은 또다시
청년 시절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바람구멍 숭숭한 틈새로 청춘은 흘러가고
뒤늦게
맘 다잡고 쌓아 올린 아늑한 둥지에
행복한 꿈 영글기 시작할 지천면 나이
어느 날 까마귀가 후려쳐 허물어뜨리니
내 인생은 바람
내 인생은 뜬구름
추수가 다 끝나 버린 들판 허수아비가 허허거리며
나에게 묻는다
여보시오. 거기 서 있는 허수아비는 누구요?
/임봉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