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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망관리(遽忘觀理)

맹자가 양혜왕을  어렵사리 만났다.  왕이 심드렁하게 물었다.  "먼 데서 오셨구려. 또한 뭐로 우리나라를 이롭게 하려는가?" '또한'이란 표현 속에 너 말고도 날마다 숱한 인간들이 와서 유세하는데, 네 카드는 뭐냐? 빨리 말하고 나가봐라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여기서 상투적인 부국강병의 방책을 꺼내 들면 1분도 못 가서 '알았으니 그만 나가보라'는 대답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맹자가 삐뚜름하게 대답한다. "놀랍게도 왕께서는 이로움을 말씀하시는군요. 다만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양혜왕이 요놈 봐라 하는 표정을 짓는다.  맹자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말한다. "생각해 보십시오. 왕께서 뭐로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까 하시면, 대부는 어떻게 우리 집안을 이롭게 하지 하겠지요. 그러면 일반 백성은 뭐로 내 몸을 이롭게 할까 할겝니다. 상하가 서로 이익을 다투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왕이 나라 창고를 채우려 들면 그 재원이 대부에게서 나온다.  대부의 재물은 또 일반 백성에게서 거둔 것이다. 임금은 대부에게 뺏어 나라 창고를 채우고, 대부는 그만큼 더 백성을 을러 제 잇속을 챙긴다. 백성들은 속절없이 제 가진 것을 다 빼앗겨 원망을 품는다.

 

이익은 원망을 낳고,  원망은 화를 부른다. 인의(仁義)의 원칙 없이 이익의 원리로 움직이면 끝내 아무도 승복하지 않는다. 원수를 갚는 일도 다를 것이 없다. 복수는 복수를 부르고, 그 연쇄의 사슬은 죽음으로도 끝나지 않는다. 당한 만큼 갚는다는 것은 또 다른 보복의 시작일 뿐이다.

 

정자(程子)가 말했다."성날 때를 당하면 급히 그 분노를 잊고 이치의 옳고 그름을 살펴보라.(當其怒時 遽忘其怒 觀理之是非)" 이른바 거망관리(遽忘觀理), 즉 잠깐 분노를 접고 사리를 따져보라는 가르침이다. 한때의 분을 풀어 얻는 것은 잠깐의 통쾌함뿐이다. 대신 백 날의 긴 근심이 뒤따라온다. 이런 것이 개인이 아니라 국가의 판단이라면 더 신중해야 마땅하다. 미군 특공대가 빈 라덴을 저격하는 장면을 국가의 수뇌가 모여 지켜보았다. 여기에 무슨 인의가 있는가? 미국도 그랬는데 우리라고 못할까. 저놈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이제부터 무차별한 복수와 이익의 논리가 사리의 옳고 그름을 떠나 천하에 횡행하게 될 것을 염려한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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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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