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양(技癢)

고사성어 2015. 2. 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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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양(技癢)

중종 때 채수(蔡壽)가 '설공찬전'을 지었다.   불교의 윤회화복설을 빌려 당대 현실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죽은 사람의 넋이 산 사람에게 빙의하여 저승 소식을 전해주는 스토리는 꽤 인기가 높았다. 반정을 일으킨 쿠데타 세력들이 듣기에 거북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반역으로 정권을 잡은 사람은 지옥에 떨어진다고 한 대목이 특히 그랬다. 사헌부에서 격렬하게 들고 일어나 교수형에 처할 것을 주장했다.

 

논란이 시끄러워지자, 영사 김수동이 나서서 두둔했다.  "채수가 요망한 말로 인심을 선동했다면 사형으로 단죄함이 옳습니다. 다만 기양(技癢)의 시킨 바가 되어 보고 들은 대로 망령되이 지었으니, 해서는 안 될 것을 한 것일 뿐입니다. 이 사람을 죽여야 한다면, '태평광기'나 '전등신화' 같은 책을 지은 자도 모조리 죽여야 합니까?" 왕은 채수를 파직시키고, 책을 모두 불사르게 하는 선에서 사태를 수습했다.

 

김수동의 말 중에 기양이란 표현이 나온다.   기양(伎癢)이라고도 한다. 양(癢)은 가려움증이다. 기예를 못 펴서 근질근질한 상태를 말한다. 기양은 일종의 표현욕인데, 그중에서도 아주 강렬한 욕구다. 형가(荊軻)가 진시황 암살에 실패한 후 친구였던 악사 고점리는 신분을 감추고 진나라로 가서 고용살이를 했다. 몇 년을 고생스레 일했다. 어느 날 주인집에 온 손님이 축(筑)을 연주했다. 솜씨가 형편없었다. 고점리는 기양을 못 이겨 저도 몰래 그 연주에 대해 평을 했다. 다른 하인이 주인에게 고하자, 주인이 그를 불러 축을 연주케 했다. 그는 간직해둔 악사의 정복을 입고 나가 놀라운 연주를 선보였다. 그날로 그는 일약 스타가 되었다. 마침내 진시황의 악사로 불려가, 형가를 이어 황제를 암살하려다 미수에 그쳐 죽음을 당했다.

 

'안씨가훈'에서는 고점리의 이야기를 소개한 후, "기양은 재주를 품어 속이 근질근질한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기양은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이다. 저것도 솜씨라고, 아이고 답답해라, 내 솜씨를 한번 보여줘? 하는 안타까움 끝에 터져 나온 것이다. 어찌 보면 최고의 예술은 기양의 소산이다. 표현하지 않고는 내가 도저히 살 수가 없다. 한바탕 시원하게 풀어놓아야 숨도 제대로 쉬어지고,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이런 갈증 하나 없이 공장에서 물건 찍어 내듯 하는 기술과 재간만 세상에 넘쳐난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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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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