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627.140415 주님과 하나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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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
"주님, 그가 누구입니까?"
<…>
"내가 빵을 적셔서 주는 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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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려는 일을 어서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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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는 빵을 받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때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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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되었고,
또 사람의 아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도 영광스럽게 되셨다.
하느님께서 사람의 아들을 통하여 영광스럽게 되셨으면,
하느님께서도 몸소 사람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이제 곧 그를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얘들아, 내가 너희와 함께 있는 것도 잠시뿐이다.
너희는 나를 찾을 터인데,
내가 유다인들에게 말한 것처럼 이제 너희에게도 말한다.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
<…>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
<…>
"내가 가는 곳에 네가 지금은 따라올 수 없다.
그러나 나중에는 따라오게 될 것이다."
<…>
"주님, 어찌하여 지금은 주님을 따라갈 수 없습니까?
주님을 위해서라면 저는 목숨까지 내놓겠습니다."
<…>
"나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겠다는 말이냐?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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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은
유다가 주님을 팔아넘기려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며
때는 '밤'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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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너무 깊어져
낮이 있었음을 기억하기조차 어려울 때,
빛이 다시 비추리라는 것을
기대하는 것마저 포기하려 할 때.
그제야 비로소 우리는 파스카 성삼일의 신비를
절실하게 체험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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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를 둘러싼 밤은
그의 마음의 밤이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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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생각할 수 없게 하는 캄캄한 절망의 밤,
두려움과 위협과 폭력과 악의가 가득한 밤에
자신을 송두리째 넘긴 사람의 마음은
그 자체로 그러한 밤이 되어 버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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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불행은
거기에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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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힌 밤 속으로 온몸을 던지는 상황,
그래서 예수님마저
그를 애처롭게 여기시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실 수 없는
그 완전한 절망의 마음이 두렵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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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유다에게
사탄이 들어갔다는
성경 말씀의 뜻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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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밤은
차가운 침묵의 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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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세상살이에도
밤과 침묵을 대하는 순간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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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과 침묵이 우리를 절망으로 이끌도록,
부르짖음은 답 없는 메아리로 돌아올 뿐 아니라
희망은 영원히 차가운 어둠 속에 묻힌 채 질식되는 것이
우리 삶의 숙명이라는 속삭임이 악마의 목소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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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우리 안에서 자라나고 있는
밤과 침묵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운명이 결정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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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신비를 믿는 사람은
밤에서 빛과 생명을 발견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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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은 절망과 죽음의 모든 힘을
잃게 하는 신비이기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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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활의 길은 우리가 놓여 있는
밤과 침묵을 통하여 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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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은
결코 빛이 사라진 곳이 아니라
빛을 기다리는 희망의 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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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영원히
답 없는 공허와 절망이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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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겉꾸민 해답이 아닌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리를 치유하시는
사랑의 주님을 소리 없이 체험하는 자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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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대한 희망으로
이렇게 우리는
밤길을 걷기 시작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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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침묵 속에서
사랑의 주님을
소리 없이 체험해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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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