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지방에서부터 봄이 올라오고 있다. 꽃도 언덕을 넘어 올라오고 있다. 이제 모퉁이만 돌면 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머잖아 사방(四方)이 꽃밭이 될 것이다. 생화(生花)를 한 다발 사서 꽃병에 꽂아 놓고 미리 봄을 보고도 싶어진다.
꽃을 즐기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 시인은 그냥 부드럽게 살랑살랑 부는 바람처럼 꽃을 보고 꽃을 생각하겠단다. '건들거리는 바람처럼' 꽃을 보고 꽃을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꽃을 추측하거나 꽃을 나누거나 꽃에 대해 좌고우면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꽃에 인위를 가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 상태 그대로 꽃을 보겠다는 것 아닐까. 왜냐하면 꽃은 형용할 수 없으니까. 꽃은 오직 월등하니까. 꽃은 순일한 기쁨이니까.
꽃을 만나면 꽃 그 자체만 보자. 꽃을 보는 순간에는 다른 것 모두를 생략하자. /문태준:시인/그림:유재일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