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가게마다 하나 둘 꺼지는 불 생선 대가리를 쳐야 먹고사는 친구 놈과 쉰 중반 피로를 놓고 대폿집에 기대 쉰다.
나잇살에 따라오는 그 무슨 통점 같은 신경이 곤두서서 생의 맛이 조여오고 경기에 턱턱 받히는 일과들로 가득한 몸.
점점 더 헐떡이는 된비탈 숨소리에 밀리고 휘둘리는 목숨도 짐이다 싶어 입술을 지그시 물고 대폿잔에 기대 쉰다. /채천수
새 출발로 설레는 삼월의 속내를 보면 뒷받침에 휘는 허리가 많다. 학자금 대느라 덧쌓인 '쉰 중반' 또는 그 안팎의 피로가 심각한 것이다. '경기에 턱턱 받히는' 속에서도 등록금 간신히 넣고 나면 대출 이자 느는 소리만 커진다. 시장의 불이 일찍 꺼질 정도로 소비가 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생선 대가리를 쳐야 먹고사는' 게 삶이니 어쩌랴. 정 지치면 술잔에 기대서라도 넘어갈밖에. '생의 맛이 조여오'는 '된비탈'일수록 쳐내야 할 삶의 '대가리'도 많으니, 맞서면서 더러는 '대폿잔에 기대' 쉬면서 넘어가는 것이다. 살면 또 살아지는 법, '입술을 지그시 물고' 뭔가 쳐내며 오늘도 살아내야 한다. 작은 꽃다지들도 숱한 바람 속에서 피며 순명(順命)을 다하듯. /정수자:시조시인/그림:송윤재/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