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살

시 두레 2014. 3. 17.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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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살


열한살 아이가 서먹 서먹 엄마 곁에 앉으며

엄마, 난 어디서 왔어?

 

난 누구야? 묻다가는 시무룩해져

골똘히 생각에 잠길 때.

 

'자기'라는 방문객

고락의 처음.

 

피 흐르는 몸을 지나 여기 왔으나 실은

아득히 먼 곳의 자식.

 

허공과의 평생 내전이

허공에의 눈먼 사랑이

점화하는 순간.

 

착한 아이는, 엄마 누구야? 묻지 않지만

세상의 모든 어미가 더럭,

계모가 되는 순간.    /이영광


    어미가 낳은 나가 아니라 내가 낳은 나가 '참나'라고 했던가? 열 살이 넘어가면 자기를 낳기 시작한다고 이 시는 얘기하고 있다. 비로소 사유하는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를 온전히, 생명, 생(生)의 명령으로 받아들이면 이제 마음은 어머니를 떠나 '자기'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때 돈 버는 인간이 될 것인가, 명령하는 인간이 될 것인가, 아름다운 인간이 될 것인가 정하게 된다. 어떠한 삶이 진짜 삶인가 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 자기 생명의 소명을 깨닫고 그것에 충일한 인간일 듯싶다. 그것에 어디 높고 낮음이 있겠는가.

   그러나 자기를 본다는 것이 쉽던가. 허공과도 같고 빈 자루와도 같고 구름과도 같아서 잡아도 잡아도 자꾸 빠져나가지 않던가. 하지만 그것을 잡고 있는 모든 손은 끝내 거룩하다.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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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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