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다. 이루어지지 않는 연애가 그렇듯 목마른 가뭄이다. 갈증에 시달린다. 기후만이 그러랴. 손 앞에 잡힐 듯 안타깝게 달아나는 많은 행운은 나만 비켜가는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은 순리(順理)가 있을 뿐이다. 모든 성공 이데올로기는 약한 자들을 슬프게 한다. 안 되는 것이 없다는 말처럼 오만하고 무책임한 말도 없다. 모두가 스스로의 존귀한 가치를 실현해 갈 뿐이다. 나는 나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서 간다.
순리라 하더라도 세상의 모든 기다림은 얼마나 아픈가. 비를 기다린다. 하늘을 가르는 천둥 번개를 기다린다. 한번 비가 지나가면 다른 세상이 된다. 그래서 사랑도 개인에게는 혁명이다. 사랑을 기다린다.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조선일보